경기교육청이 내년 누리과정 교육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5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를 공식 발표한 것은 경기교육청이 처음이다. 재정난에 직면한 다른 시·도교육청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보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잇달아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날 열린 ‘경기교육 재정현황 설명회’에서 누리과정 소요액 1조460억원(유치원 무상급식 157억원 포함) 중 3898억원만 편성하고 6405억원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미편성분은 유치원 누리과정 1.9개월분 735억원과 어린이집 보육료 전액 5670억원이다.

지방재정교부금 감소로 재정난에 직면한 다른 시·도교육청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아직 예산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를 편성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북교육청도 내년 누리과정 소요액 1453억원 가운데 유치원 부문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부문 817억원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고, 부산교육청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976억원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전교육청도 어린이집 보육료 589억원을 편성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남·광주·전남·강원·제주교육청 등도 미편성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충북, 경북, 울산, 충남, 세종 등 일부 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해야 할 법정기한(11월11일)이 임박했지만 아직까지 편성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어린이집 보육료 1조6000억원 미편성

2012년 3월부터 만 5세 대상으로 시작된 누리과정은 이듬해부터 만 3~4세로 확대됐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올해까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던 만 3세의 누리과정 예산(어린이집 보육료)이 내년부터 시·도교육청 몫으로 할당되면서 올해 대비 5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 17개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누리과정 예산은 3조9284억원에 달한다. 유치원 교육비가 1조7855억원, 어린이집 보육료가 2조1429억원이다. 이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 중 유치원 1조7855억원, 어린이집 1조6301억원 등 총 3조4156억원보다 5128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증가분 대부분이 어린이집 보육료에 해당한다.

정부는 늘어난 어린이집 보육료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전국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39조5206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3475억원 줄어들었다.

정부와 교육청의 힘겨루기에 만 3~5세 유아를 둔 학부모들은 내년부터 최대 월 29만원에 달하는 보육료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국가 재정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사정이니 국가와 지자체, 교육당국 모두 어느 정도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누리과정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 2012년 3월 5세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가 이듬해에 3~4세까지 확대됐다. 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1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운영지원비(22만원)와 방과후 활동비(7만원) 등 1인당 월 29만원을 지원한다.

강경민/수원=김인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