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애 바람막이 주세요.” “지난 일요일 전인지가 입었던 옷 없나요?”

여자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의류업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 매출이 크게 늘어나서다. 선수들이 대회에 입고 나온 옷은 다음주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선수들이 입은 옷을 아예 세트로 구입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안신애 바람막이' '전인지 재킷' 완판 행진
파리게이츠, 팬텀, 핑골프 등의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크리스패션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인기의 최대 수혜 업체다. ‘패셔니스타 골퍼’로 소문난 양수진(23)이 즐겨 입는 파리게이츠의 지난달 매출은 82억원.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어난 것으로, 월매출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해 연매출을 5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450억원으로 90%를 돌파한 상태다.

양수진은 올초 메인 스폰서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파리게이츠와 메인 후원 계약을 맺고 직접 디자인에 나섰다. 양수진이 디자인한 의류는 재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 폭발이었다. 파리게이츠는 2012년 신인상 수상자인 김지희(20)와 스크린골프에서 활약하는 최예지, 김가연도 후원하고 있다.

KLPGA투어를 독점 중계하는 SBS골프가 대회 기간 5시간 동안 생중계하면서 의류 브랜드 노출 효과는 극대화됐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허윤경(24·SBI저축은행)과 9년 만에 생애 첫 승을 올린 윤채영(27·한화)이 입은 팬텀 의류는 TV를 통해 꾸준히 브랜드가 노출됐다.

허윤경과 윤채영은 여성스러운 외모에다 늘씬한 체형으로 인기가 높아 홍보 효과가 배가됐다. 핑골프도 전인지(20·하이트진로)가 입으면서 주목받았다.

‘미녀 골퍼’ 안신애(24)와 이정민(22·비씨카드)에게 의류를 후원하고 있는 아디다스골프의 경우 올 1~10월 여성 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급증했다. KLPGA투어에서 가장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안신애가 입은 의류는 매장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매장에서는 아예 ‘안신애 바람막이’ ‘안신애 미니스커트’ 식으로 불렸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안신애가 입은 옷은 상·하의 세트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아디다스골프 관계자는 “여성스러운 이미지의 안신애와 바지만 입는 이정민의 콘셉트가 달라 두 선수만으로도 전체 여성 의류를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성적이 뛰어난 선수들이 입은 옷은 더욱 빛나 보였다. 올해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김효주(19·롯데)에게 의류를 지원한 LF(옛 LG패션)도 함께 스타덤에 올랐다. 김효주는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고 미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하면서 LF에 기대 이상의 브랜드 노출 효과를 안겼다.

‘골프 여제’ 박인비(26·KB금융그룹)를 후원한 휠라도 ‘박인비 효과’로 재미를 보았다. 박인비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 도전에 나설 때 응원 차원에서 박인비가 입고 나온 의류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김하늘(26·비씨카드)과 김민선(19·CJ오쇼핑)을 후원하는 르꼬끄골프도 자주 눈에 띄었다.

MU스포츠는 가장 많은 선수를 후원한다. 김혜윤(25·비씨카드) 홍란(28·삼천리) 이승현(23·우리투자증권) 정혜진(27·우리투자증권) 등 15명의 여자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게 제공하는 옷은 1인당 연간 상·하의 60벌 정도. 금액으로 따지면 4000만원 상당이다.

MU스포츠 관계자는 “선수들은 공식 연습일에다 프로암까지 합치면 1주일에 4~5벌을 입어야 한다”며 “우승이라도 하면 백화점 이벤트 세일을 하는데 브랜드가 자주 노출되면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가 잘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골프의류시장은 연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50개 이상의 골프의류 브랜드가 팔리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