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防産비리 척결, 시장경쟁에 답 있다
전쟁시의 재난구조 목적으로 개발된 통영함은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사고 때 성능 문제로 투입되지 못했다. 이의 주원인이 내부비리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기개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방위사업청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무기체계의 성능과 정부의 관리시스템에 대해서도 국민의 불신과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2006년 개청 이후 8년10개월 동안 방사청은 과거 발생한 ‘율곡사업’ ‘린다김 사건’을 비롯해 국방부 전현직 최고위직의 초대형 비리와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기획득 과정의 투명성과 조직 청렴도 제고 노력을 경주해 왔다. 공개경쟁 입찰 강화, 입찰 절차·평가기준 공개, 방산업체 재취업 금지요건 강화(중령→소령) 등의 제도도입을 통해 방사청은 과거의 대규모·조직적·권력형 비리를 차단,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탈바꿈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반 제조업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2013년 방산 생산액은 9%, 수출액은 약 30%(통관기준) 증가하는 등 미래성장 동력원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방사청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통영함의 경우처럼 크고 작은 각종 개인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관학교 선후배로 뭉쳐진 국방 관련 일부 장교들의 학연과 사업관리 조직구성원의 인력구조 및 비전문성 때문이다. 방사청의 각종 개발 및 구매사업 관리는 군인이, 정책업무는 행정직 공무원이 주로 담당한다. 이해관계가 있는 각종 대규모 사업의 요직에 앉아 있는 후배들이 퇴직한 군 선배의 부탁을 묵살하기 어렵다. ‘사관학교 학연은 혈연보다 무서워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벗어나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군인이 운용 전문성을 들어 기업의 연구개발(R&D), 기술개발 및 생산, 제품 관리를 담당하는 등 수요자가 공급자를 통제하는 전문성 오류도 무기 품질저하와 비용증가를 일으키는 주범의 하나다.

따라서 방산 비리를 차단하고, 우수한 무기개발을 통해 국민 혈세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방사청 조직원의 문민화 확대와 전문성 강화,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이 절실하다. 문민화의 출발점은 현재와 같은 민간 출신 청장 인사제도의 정착이며, 이는 지속적 개혁을 위해 반드시 담보돼야 할 전제조건이다. 또 대규모 사업 의사결정권 보직에는 행정직 또는 기술전문직을 배치해 방산업체 및 해외기업 에이전트로 취업한 군 선후배에 의한 비리를 원천 차단토록 해야 한다. 소득 1만달러 수준의 터키도 방위사업청 전체 인력의 33%를 엔지니어, 31%를 석사 이상의 전문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현재 운용 중인 방산물자 지정품목을 대폭 완화, 시장중심적 경쟁입찰을 유도함으로써 통영함 사례와 같은 사업관리담당자의 임의적·자의적 개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방사청 이전이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예정지역인 정부과천청사가 대부분 비어 있어 지역상인들은 상당한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방사청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방사청 공무원들이 외식을 하지 않아 주변 식당 등 상가 영업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소문이 날 정도로 지난 9년간의 방사청 청렴도와 환골탈태 노력은 칭찬해줄 만하다.

방사청이 소수 군인에 의한 개인적 비리 사슬을 끊고, 투명성 제고와 함께 글로벌 산업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길은 강력한 개혁의지를 가진 최고경영자(CEO)가 문민화·전문화 정책과 더불어 시장중심의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감시와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차가운 바람은 따뜻한 태양을 이길 수 없다는 이솝우화를 생각하자.

안영수 <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 ysann@kiet.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