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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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인을 위한 정책자금 대출금리가 연 3%에서 몇 년째 요지부동입니다.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를 연 1% 수준까지 낮춰야 합니다.”

이기수 농협 축산경제 대표는 지난 5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앞두고 축산인의 투자를 유도해 축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중금리가 계속 하락할 동안 축산 정책자금 대출금리는 연 3%에서 변함이 없어 정책자금 대출의 장점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축산 생산기반을 확보하려면 상속공제 한도를 높이거나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대를 이어 축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중 FTA 타결이 임박하면서 국내 축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쌀 산업 같은 경우 이제 막 개방하기 시작했지만 축산은 이미 많이 개방돼 있다. 정책적인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한국 축산물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 현재 농촌 소득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축산업이다. 전체 농업소득 44조원 중 축산물이 13조원이다. 농촌 10대 소득원 가운데 축산물이 5개(돼지, 한우, 닭, 우유, 계란)다. 축산업이 그동안 대외개방 압력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축산농가와 조합, 정부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중 FTA 체결 시에도 정부가 축산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두 팔 걷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FTA 피해액만큼 축산농가에 지원한다고 한다.

“그건 순수 피해액을 추가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예년에도 편성돼 온 지원 예산까지 모두 합친 액수다. 정책자금 대출금리부터 내려야 한다. 시중금리가 연 10%일 때부터 정책자금 금리는 연 3%였는데 지금도 그렇다. 예전엔 축산인들에게 정책자금이 인기가 있어 모두가 받고 싶어했지만 이젠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빨리 조정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단순히 피해액을 산출해 그만큼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식량안보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안보적 시각이라면.

“비용이나 생산성을 따지기 이전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 식량을 확보, 자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식량자급률이 150%가 넘는다. 사막의 나라인 이스라엘의 낙농업은 세계 1위다. 반면 현재 한우 자급률은 50%를 밑돈다. 돼지가 70% 수준이고 우유가 67%다. 치즈만 해도 거의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지 않나.”

▷한국 축산물이 해외 축산물과 경쟁했을 때 강점이 있나.

“품질 면에서 월등하다. 한우 같은 경우 올레인산 함유량이 48%다. 호주산 31%, 미국산 30%보다 훨씬 높다. 올레인산은 혈액 중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래서 축산경제는 ‘안심축산’이라는 대형 패커(축산품 공급자)를 육성, 한우의 가격경쟁력을 갖추려 힘쓰고 있다. 수집과 도축, 판매를 한꺼번에 해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돼지고기 같은 경우도 대부분 냉동인 수입산에 비해 국산 냉장육이 훨씬 맛이 좋다.”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품목이 있나.

“지금 국내에서 원유가 많이 남아돌고 있다. 중국의 우유 가격은 국내 가격에 비해 3~4배나 비싸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축산물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남는 우유를 중국으로 수출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가 실무추진단을 중국에 보낸 상태여서 연내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국내 축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육농가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소규모 농가가 13만곳은 됐는데 이젠 겨우 7만 농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모님을 따라 축산업을 이어받고자 하는 2세들이 많지 않다. 대를 이어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는 축산인 상속공제한도가 5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500억원이다. 적어도 100억원까지는 늘려야 한다. 무허가 축사 비율도 50%에 달해 기존 축사를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 축산교류사업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동안 축산경제는 민간 차원의 남북 축산교류 협력사업을 주도해왔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총 68억원 규모의 지원·협력사업을 진행했다. 남한의 축산기술 및 자본과 북한의 토지 및 인적자원을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한국에선 가축분뇨자원이 남아도는데 유기질 비료가 절실한 북한에 이를 보내면 상부상조할 수 있다. 남북 축산교류는 미래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투자이자 밑거름이다.”

■ 이기수 대표는

1954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광주고와 경기대를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금융·증권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축협중앙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축산 금융·유통·판매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축산발전기금 사무국장과 농협유통 전무, 농협사료 감사위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축산인 권익 보호에 앞장서온 것으로 유명하다. 2004년 정부의 축산발전기금 폐지 결정에 맞서 공청회 및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국회의원 124명으로부터 기금 폐지 반대서명을 받아내는 데 성공, 기금 존치를 이뤄냈다.

2006년엔 충북 음성군 공판장 부지를 매입, 국내 최대 축산물 공판장을 세우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수입 소고기 군납사업을 국산 소고기 군납체계로 전환하는 데 일조해 연간 1500t가량의 국산 소고기 수요처를 추가로 확보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