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위기를 기회로…乳제품 등 수출 올들어 311% 증가
농협중앙회는 올 들어 축산물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축산강국인 캐나다 호주와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인한 축산업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수출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 FTA 타결을 앞두고 중국 고소득층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선 ‘안심축산’이라는 대형 패커(축산품 공급업자)를 육성해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통구조를 간소화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축산물을 제공하고, 축산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열어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내후년 5000만달러 수출”

농협이 축산물 수출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해 400만달러에 불과했던 축산물 수출액은 올 들어 3분기까지 631만2000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1% 급증했다.

사업장별로 보면 서울우유농협과 농협목우촌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서울우유는 중국시장을 공략, 3분기까지 413만달러를 수출했다. 작년 동기 대비 499% 급증한 성과다. 목우촌의 육가공품 수출액도 143% 증가한 167만6000달러를 기록했다. 목우촌은 홍콩시장을 신규 개척했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없던 부산우유농협, 전북 임실치즈농협, 한국양계농협도 올해 수출 실적을 올렸다. 부산우유는 중국시장을 새롭게 뚫어 18만5000달러를 수출했다.

농협 축산경제 관계자는 “한류 열풍 영향으로 1억명에 이르는 중국 고소득층 사이에서 한국 유제품 등의 관심이 높다”며 “현지 대형 농축산기업과의 협력사업도 적극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농협은 올 들어 축산물 수출 지원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축산식품수출위원회를 구성해 범농협 차원에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다. 위원회는 농협중앙회와 18개 수출 축협, 농협목우촌, NH무역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그동안 수출 축협과 농협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수출업무를 중앙회에서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앙회는 수출 마케팅, 시장 조사, 대외협력 등을 지원한다.

농협 축산경제 관계자는 “연간 축산물 수출액을 2016년 5000만달러로 늘리기로 목표를 정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구제역 재발과 중국의 살균유 수입기준 강화 등 수출여건이 어렵지만 목표치인 1000만달러에 근접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물 유통 5단계→3단계로 축소

내수시장에선 축산물 유통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산 축산물 소비를 늘리려면 위생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농협은 이를 위해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를 육성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형 패커란 축산 농가와 생산자 조직이 연계돼 사육·도축·가공시설과 유통망을 확보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공급하는 선진 시스템을 말한다. 미국 타이슨푸드, 칠레 아그로슈퍼 등이 대표적인 대형 패커로 꼽힌다. 협동조합식 대형 패커가 육성되면 축산농가는 가축 소유와 사육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대형 패커가 시장을 주도하면 축산물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통상 ‘생산자-우시장-수집상-도매상-유통점’의 5단계 유통과정이 ‘생산자-대형패커-유통점’ 3단계로 대폭 축소돼서다.

농협이 2008년 ‘안심한우’를 시작으로 ‘안심한돈’과 ‘안심계란’ 등 브랜드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심한우는 출시 2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8%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농협은 더 나아가 ‘안심축산’이란 대형 패커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개방에 따라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축산업의 유통 혁신을 위해선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도축시설부터 확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축물량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성축산물공판장에 2016년 4월까지 총 270억원을 투자, 소 도축능력을 하루 280마리에서 560마리로 두 배 확대할 예정이다. 나주축산물공판장도 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 관계자는 “도축시설 확충을 통해 협동조합형 패커인 안심축산 활성화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대형 패커를 육성해 2020년까지 국내 시장점유율을 안심한우는 60%, 안심한돈은 4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