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준 금리 동결…"필요하다면 추가 양적완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의 깜짝쇼는 없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지만 ECB는 기준금리를 비롯한 주요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전면적인 양적 완화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6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0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초단기 예금에 적용되는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연 -0.20%와 0.30%로 동결했다.

이번 금리 결정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에 부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ECB가 2개월 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렸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금리 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회의에서 ECB는 회사채나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부양 의지는 확인했다. 드라기 총재는 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낮은 물가상승률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양적 완화로 불리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데 정책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ECB 자산 규모는 2012년 3월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이는 현재보다 1조유로(약 1357조700억원) 더 많은 것이다.

ECB는 유로존의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올 들어 두 차례 시중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6월엔 저리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시행을 발표했고, 9월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05%로 0.1%포인트 낮추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 매입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로존의 경제 지표와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경기 부양 조치 등을 감안했을 때 전면적인 양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내년부터 오르겠지만 앞으로 몇 개월 안에는 지금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쳐 ECB의 목표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0.8%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7%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ECB의 추가 경기 부양 조치에 대한 기대로 이날 유럽 주요 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냈고, 유로화는 약세를 보였다. 발렌틴 마리노프 씨티그룹 투자전략가는 “ECB가 좀 더 많은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을 드라기 총재가 명확하게 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유로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