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억 들인 한강 전망카페 '애물단지' 전락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작대교 남쪽 끝에 있는 한강 전망카페(사진). 구름카페로 불리는 이 카페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카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는 ‘영업 일시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 있었다. 입구 주변 창가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곳곳에 먼지가 수북했다. 맞은 편의 노을 카페도 영업을 중단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한강 조망권과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조성한 한강 전망카페가 시민 세금을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몰렸다. 카페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불법 전대 및 권리금을 둘러싼 사업자 간 다툼이 잇따라 카페가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 8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한남·동작·한강·양화대교 등 4개 다리 위에 227억원을 들여 한강 전망카페 7곳을 조성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편하게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개장 이듬해인 2010년에는 83만명의 시민이 한강 전망카페를 찾았다.

하지만 다리 위에 있어 접근이 불편한 데다 시민을 끌어들일 가격 및 품질 등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방문객이 급감했다. 지난해 한강 전망카페를 찾은 방문객은 4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방문객이 줄면서 카페 수익도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사업자가 운영권을 넘기게 됐고, 이 과정에서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한 권리금을 놓고 새 사업자와 다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2012년에는 동작대교의 구름·노을카페, 지난해엔 한강대교의 견우·직녀카페가 여러 달 문을 닫았다. 권리금 다툼으로 서울시가 발주한 카페 입찰에서 낙찰받고도 이를 자진 취소한 사업자도 있다. 서울시는 권리금은 개인 사업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작대교의 구름·노을카페는 2012년에 이어 또다시 지난 4월부터 7개월째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2012년 서울시의 경쟁입찰 과정에서 떨어진 사업자가 법원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사업자 선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당시 경쟁입찰에서 낙찰받은 현 사업자는 “계약 당시 정해진 3년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운영권 반납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현 사업자를 상대로 조만간 소송을 낼 계획이어서 동작대교의 두 카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문을 열지 못할 전망이다.

일부 카페에서는 상가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불법 전대가 이뤄져 서울시가 변상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한강 전망카페는 서울시의 공공재산으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전대는 불법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 전망카페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잇달아 발생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