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7일로 예정했던 20년 만의 파업을 유보했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3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낸 상황에서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서려던 노조는 회사가 파업 찬반투표의 적법성을 문제 삼자 부분파업 계획을 보류했다.

회사 측은 앞서 노조가 당초 9월23일부터 나흘간 시행하려 한 파업 찬반투표를 한 달이나 연장한 뒤 가결한 데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를 무시한 노조 집행부의 무리수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아침 중앙대책위원회 소식지를 통해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하기로 했던 부분파업 계획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또 “불법이냐, 합법이냐 하는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고 부득이하게 파업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대립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 들어 9월까지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만큼 회사 살리기에 동참해달라고 노조 측에 호소해왔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권오갑 사장은 임원 30%를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출·퇴근길에 노조원들과 직접 만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경영상의 잘못에 따른 손실을 전가하려 한다”며 임금 13만2013원(기본급 대비 6.51%) 인상과 처우 개선 등만을 요구하고 있다. 20년 만의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업을 강행하려던 노조의 무리수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당초 파업 찬반투표기간은 지난 9월23일부터 4일간이었으나 노조는 “회사가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며 투표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한 달 후인 지난 10월22일 개표했고, 97.1%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지만 절차상의 적법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 강행과 재투표 등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파업 유보를 계기로 투쟁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