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동서 간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통일 후 지금까지 2조유로(약 2680조원)를 투입했다. 소득세나 법인세에 추가로 붙는 통일연대세를 도입해 옛 동독 지역 주정부를 지원했다. 1991년 옛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 지역의 33%에 불과했지만 2000년 61%, 2013년에는 66%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동독 지역 실업률(10.3%)도 통일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동·서 간 경제 격차가 많이 줄었지만 더 이상 좁혀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독일 정부가 지난달 발간한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보고서’는 “동독과 서독 간 경제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독 실업률은 여전히 서독 실업률(6%)의 두 배에 달한다. 동독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서쪽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동독 지역은 인구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옛 서독의 평균 임금은 연 3만유로(약 4059만원)를 넘어선 반면 옛 동독은 2만3000유로 수준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독일은 동독지역 인프라 투자와 경제 성장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였지만 동독지역 생활 수준은 여전히 서독의 3분의 2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서 간 인식 차이는 더 크다. 지난 9월 독일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을 더 많이 가져다 줬느냐’는 질문에 옛 동독 쪽은 74%, 서독 쪽은 48%가 ‘그렇다’고 답했다.
통일이 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동독지역 주민의 기대수명이 늘어난 점이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인구통계학연구소(MPIDR)는 지난 25년 동안 동독지역 주민의 기대수명이 남성은 평균 6.2년, 여성은 4.2년 늘어났다고 밝혔다.
사회·문화적 차이도 여전하다. 최근 외신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12년 찍은 베를린의 밤 풍경 사진에 주목했다. 과거 서베를린 지역은 친환경 흰색 형광등을 가로등으로 쓰는 반면 동베를린 지역은 여전히 과거의 노란색 나트륨등을 쓰고 있다. BBC는 “서쪽에선 슈피겔(독일 최대 주간지)을 읽고, 동쪽에선 아직 베를리너차이퉁(과거 동독 공산당이 발행하던 기관지)을 읽는다”고 전했다. 과거 식량 부족의 영향으로 동독 주민이 만들어내는 1인당 쓰레기 양은 서독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