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상 팀장 "악재에 무뎌지는 場 진입시기 저울질할 때…삼성SDI·NHN엔터, 낙폭과대 종목 주목"
주식시장이 엔저 위기론에 빠졌다. 한국 증시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 급락으로 선진 시장의 회복 분위기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930을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밀리고 코스닥지수는 530선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약세장 대안주였던 화장품, 의류, 헬스케어, 제약, 중국 소비 관련주 역시 고점에서 단기 급락했다. 상당수 종목이 투매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우리 시장은 엔저 공포로 상승 동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시장 분위기를 무겁게 한다. 코스피지수 1900선 지지 여부에 대한 의심도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1900선 하향 돌파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1900은 지난 10월 중순에도 일시적으로 깨졌다가 금세 회복한 기억이 있다.

1900선 지지를 예상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그동안 악재였던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소비 회복의 뒷받침 없이 앞서 이뤄지긴 어려워 보인다. 과거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앞서 국내 증시가 깊은 조정을 받았다가 빠르게 회복한 사례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경기 침체에 대응해 강력한 부양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부담인 엔저 역시 노출된 재료로 보는 것이 맞다. 더 이상 새롭고 신선한 악재가 아니다. 알려진 악재는 갈수록 둔감해진다. 결론적으로 지금처럼 대부분 악재를 반영한 공포의 막바지 구간부터는 서서히 장 진입 시기를 타진하는 것이 주식 투자에서 이기는 길이다.

문제는 투자자금이 완만하게나마 유입될 만한 업종이나 종목군을 찾는 일이다. 안정 추구형 투자자라면 정부의 배당 촉진 정책으로 떠오르는 유틸리티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관련 이슈로 시끄럽지만 마케팅 비용 감소와 배당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SK텔레콤KT, LG유플러스도 지켜볼 만하다.

중기적으로는 낙폭과대주 중 앞으로 탄력적인 회복이 기대되는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것이 유리하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지만 3분기 실적 부진으로 급락한 삼성SDI, 역시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는 제일기획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실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대한해운도 내년에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작년 법정관리를 마무리하고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 중 2척의 운영선사로 선정됐다. 공매도 상위 대형주들도 이제 중기적인 관심주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호텔신라, LG화학은 바닥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게임주는 장기 상승을 거듭해온 게임빌, 컴투스, 선데이토즈보다는 오히려 주가가 부진했던 NHN엔터테인먼트엔씨소프트 같은 종목들로 눈을 돌리는 게 유리해 보인다. 그동안 약세장 대안주 역할을 하던 의류, 화장품, 헬스케어, 중국 소비 관련주들도 이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낙폭과대 중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