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연금개혁에 침묵하는 빅마우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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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좋은일터연구소장·노동전문기자·경제博 upyks@hankyung.com
![[전문기자 칼럼] 연금개혁에 침묵하는 빅마우스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411/02.6934575.1.jpg)
지금까지 노동 및 고용관련정책을 비롯 경제정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특히 기득권층의 정책 수혜에 대해선 강한 비판 자세를 견지해 왔다. 사회 이슈에 대해 직관력 있고 전문성 있는 대학교수들은 설득력 있는 글을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매체 등에 게재하며 여기저기 흩어진 사회 여론을 한곳으로 모아주는 깔때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이들 빅마우스가 조용하다.
여론주도층 사회적 압력 필요
그동안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이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도덕성과 정의, 사회분배를 주장하던 양대 노총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뒷짐을 진 채 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대 투쟁을 바라만 보고 있다. 상급노동단체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양대 노총 간부들은 “왜 조용하냐”고 물으면 “알면서 그러냐”고 답할 뿐이다. 대학교수들 역시 요즘 입이 무거워졌다. 연금전문가로 평가받는 모 대학교수는 “연금 개혁에는 찬성하지만 정책 내용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시비를 걸었다. “어떤 부분이 잘못됐냐”고 묻자 “개선 내용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나라 걱정을 혼자 다 하는 것처럼 칼럼을 쓰던 모 명문대 교수는 아예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연금 개혁안에 어깃장을 놓았다. 그는 칼럼을 통해 “공무원의 노고, 헌신, 열정을 재평가하고 ‘존재 이유’에 높은 의미를 부여했다면 저렇게 12만명이 운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집회를 정당화시켰다. 그러면서 “사익이 판치는 나라에서 공익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가?”라며 오히려 연금 개혁이 악이라는 식으로 몰아갔다. 겉으로는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속으로는 자기들이 탈 사학연금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글로 비친다.
鄕愿이 판치는 사회 개선돼야
사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볼 때는 상당히 부러운 조건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대부분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고 한 직장에서 머무는 기간도 짧기 때문에 손에 쥐는 액수는 그야말로 쥐꼬리만 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여론 주도층의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당사자인 공무원노조가 정책대안도 없이 토론회를 잇따라 막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평소 여론을 주도해온 정치권과 대학교수, 언론들이 뭉쳐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를 막아야 할 것이다. 공자와 맹자의 표현이 생각난다. “행실은 염치가 있고 고결한 것처럼 보여 뭇사람들이 그를 환호하지만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선비의 본분인 사회정의 실현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 ‘사이비 지식인’, 즉 향원(鄕愿)이다.”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선 이런 향원들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윤기설 좋은일터연구소장·노동전문기자·경제博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