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원·달러 환율, 당장 1150원 이상 올라도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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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통화 환율 쇼크' 최대 복병
신흥국 '환율시장 개입'으로 방어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신흥국 '환율시장 개입'으로 방어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원·달러 환율, 당장 1150원 이상 올라도 문제없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11/02.6912457.1.jpg)
외환위기 당시 원·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고, 다음달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될 계획이지만 달러 이외 이종통화는 ‘재정(裁定)환율’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결정된 원·달러 환율에 국제 외환시장에서 결정된 달러 대비 이종통화 환율로 나눠 결정된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도 달러 대비 이종통화 환율이 더 올라가면 한국이 불리해진다.
이종통화 환율 쇼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을 푸는 주체가 일본과 유럽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일본은행은 최대 20조엔을 더 풀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다음달에 1조유로를 풀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이 때문에 달러 대비 엔화와 유로화 환율이 빠르게 올라갈 뿐만 아니라 다른 이종통화 환율도 원·달러 환율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재정환율이라는 제도상 제약이 있는 여건에서 단기적으로 이종통화 환율 쇼크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원·달러 환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추가 금리 인하(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제로 금리까지 목표)든 한국판 아베노믹스든 과감한 통화완화책으로 원·달러 환율을 충분히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 1150원 이상 올라도 문제 없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원·달러 환율, 당장 1150원 이상 올라도 문제없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11/AA.9266281.1.jpg)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종료된 때에 원·달러 환율마저 올라가면 ‘가뜩이나 우려되는 외국자금 이탈을 촉진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통화 가치를 고려한 어빙 피셔의 국제 간 자금이동이론으로 본다면 그런 우려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원화 약세에 따라 수출과 경기가 회복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그 반대현상도 기대할 수 있다. 10년 전 한국은행은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애초 우려와 달리 이때는 외자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키워드는 ‘기대(expectations)’다. 원화 약세로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는 기대가 형성되면 외국자금은 이탈하지 않는다.
설령 외국자금이 이탈한다 하더라도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1990년대 이후 중남미 외채위기, 아시아 통화위기를 거치면서 신흥국이 외부 요인의 각종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적인 안전장치로 ‘외환 보유’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제프리 삭스 등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외환보유액이 10억달러 증가하면 신흥국이 위기를 겪을 확률은 50bp 내외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한국은 이제 외환보유액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 특정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 방식, 그린스펀-기도티 규칙, 갭티윤 모형으로 산출된다. 이 중 가장 넓은 개념인 갭티윤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외환보유액보다도 많은 상태다.
다른 하나는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이다. 이 점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달러 약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일본과 유럽도 자국 경제만 살겠다고 대규모 평가절하책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은 환율 조작국으로 걸린다 하더라도 종전과 달리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일부에서 한국과 같은 신흥국이 시장에 개입하면 효과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환율 세미나의 단골 메뉴다. 하지만 올해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8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외환시장 개입의 유효성을 실증 분석한 자료를 보면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매입 개입으로 총통화(M2) 대비 외환보유액이 1% 증가하면 통화 가치는 0.18% 떨어진다. 특히 한국처럼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물가가 낮을 때는 더 크게 나온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며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라는 유명한 ‘비관론의 오류(error of pessimism)’를 지적했다.
이종통화 환율 쇼크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 경제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 ‘뭐든지 안 된다’고 비관론을 외치는 일부 정치인과 학자들이 곱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비관론도 우리 경제가 살아있어야만 그 의미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