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이 9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 4라운드 8번홀(파3)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배상문이 9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 4라운드 8번홀(파3)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배상문(28·캘러웨이)은 압도적이었다. 24년 만의 ‘72홀 노보기 우승’이라는 대기록은 아깝게 놓쳤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기량을 선보이며 신한동해오픈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 2억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는 ‘통큰’ 모습도 보여줬다.

68홀 연속 無보기…'KPGA 종결자' 배상문
배상문은 9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파72·732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신한동해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달 미국 PGA투어 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에서 우승한 배상문은 한 달여 만에 국내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봉섭(31·ZOTAC코리아)과 문경준(32·휴셈)이 8언더파 280타를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배상문은 12번홀(파4)에서 7m짜리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었다. 문경준은 11번홀(파4)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끝에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 레이스에서 멀어졌다.

남은 것은 1990년 조철상 이후 KPGA 사상 두 번째 노보기 우승. 4라운드 14번홀까지 68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벌이던 배상문은 15번홀(파5)의 고비를 넘기지 못해 ‘퍼펙트’ 우승에 실패했다.

맥이 풀린 배상문은 16번홀(파4)에서도 어프로치샷 실수로 보기를 적어냈다. 18번홀(파5)에선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팬들에게 멋진 우승 인사를 했다. 배상문은 “보기 없는 우승을 노렸지만 실수가 나와 아쉽다”면서도 “귀국 무대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원래 ‘모 아니면 도’로 유명한 선수. 버디를 많이 잡지만 기복이 심해 한번 무너지면 크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배상문은 이번 대회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실수 없는 경기를 펼쳐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배상문은 “참는 법을 배웠다”며 “과거에는 우승에서 멀어지면 대충 치고 끝내는 나쁜 버릇이 있었지만 요즘은 한 타라도 줄이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올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상금랭킹 1위 김승혁(28)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4위에 오르며 생애 첫 상금왕에 올랐다. 김승혁은 최우수 선수상인 ‘발렌타인 대상’도 차지했다.

마지막까지 상금왕 경쟁을 벌였던 박상현(31·메리츠금융)은 1언더파 287타, 공동 18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