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대구경북지사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사건은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의 강요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돈의 출처는 시공업체 S사의 비자금이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전 서장을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이모 전 한전 대구경북건설지사장 등 한전 간부와 직원 10명을 뇌물수수·공여 혐의로 불구속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8월 중순께 한전 이 전 지사장에게 “반대주민 치료비 명목으로 3000만~500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를 찬성하는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던 한전 측은 이후 송전탑 사태가 길어지면서 시공사인 S사에 해당 자금 마련을 요청했다.

이 전 지사장은 9월 초 600만원을 S사로부터 받았고 며칠 뒤 자신의 통장에서 1100만원을 인출해 총 1700만원을 만들어 이 전 서장에게 전달했다. 이 전 서장은 추석 연휴인 9월9일 이 돈을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에 담아 주민 7명에게 전해줬다. 이 전 지사장은 이후 S사로부터 110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전 지사장 등 한전 직원 10명은 2009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S사로부터 명절 인사비와 휴가비 등을 주기적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S사로부터 1인당 200만~500만원씩 총 3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S사가 한전 측에 제공한 자금은 회사의 비자금으로 확인됐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