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와 포옹 > 북한에 억류됐다 2년여 만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왼쪽)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공군기지에 도착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어머니와 포옹 > 북한에 억류됐다 2년여 만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왼쪽)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 공군기지에 도착해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8일 억류해 온 미국인 두 명을 석방하면서 본격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통하고 남한을 봉쇄하는 북한 외교정책)’책을 펴고 있다. 지난달 북한 ‘실세 3인방’의 한국 방문으로 본격화한 남북 제2차 고위급 접촉이 무산된 이후 한국이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방북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8일 억류된 미국인 케네스 배, 매튜 토드 밀러와 함께 귀국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1일 억류 중이던 또 다른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전격 석방했다. 이번 석방으로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3명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미국 정부는 배씨와 밀러를 석방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지급한 대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하고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의 송환을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개선하기 위해 석방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이번 석방이 남북대화 무산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파울을 먼저 돌려보내면서 나머지 두 명의 송환 문제에 대해 미국에 ‘전직 대통령급’ 고위 인사 파견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국 정보당국자와 함께 송환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인 억류자 석방이) 북·미관계의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은 맞지만 (북·미)관계 개선 핵심은 결국 핵문제에 달려 있다”고 했다. 공연히 북한에 관계 개선 메시지를 주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북한이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의 현직 정보 책임자가 석방 문제만을 다루고 귀국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양 정부가 북한 인권과 핵 미사일 등 현안을 비공개로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전단(삐라) 살포 문제로 남북관계를 풀기 힘들다고 보고 미국과의 접촉면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