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연다고 양국 언론들이 전했다. 10~11일 베이징의 APEC 정상회의 때 별도로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한때 무력충돌 직전까지 갔던 양국이다. 팽팽한 대립관계를 털고 35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갖는다니 우리에게도 비상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양국이 기울인 외교적 노력에 관한 여러 뒷얘기도 들린다. 경위야 어떻든 이런 것이 유연한 실리외교라는 인식도 새삼 갖게 된다.

일본과 중국이 관계개선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중국쪽으로 경도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 한국 외교가 고립상황에 처한 것이란 우려가 커질 만한 상황이다. 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만나도 전면적인 관계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외교당국의 안일한 인식이 그런 점에서 더 걱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예상도 못 했던 한국 외교였다. 과거사에 매달려 원칙을 강조하는 사이 뒤로 한방 맞은 것이라면 정말로 우리 외교의 위기다.

‘중·일 관계개선을 위한 합의’ 4개항을 보면 양국 모두 과거보다 미래를, 대립보다는 대화를 염두에 뒀다는 점이 명확하다. 일본이 특히 회담 성사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애매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자세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외교라인도 때로는 신축적이고 유연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를 잊을 수는 없지만 결국은 미래가 더 중요하다.

베이징 APEC에 이어 미얀마에서 동아시아정상회의와 아세안+3회의가 있다. 곧바로 호주에서는 G20 정상회의도 있다. 1주일 새 세 차례나 이어지는 국제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또 서로 고개를 돌리는 어색한 장면을 연출할 처지다. 오늘 베이징에서는 다섯 번째 박근혜·시진핑 회담이 열린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내년이면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이다. 정상들이 언제까지 외면할 만큼 한·일은 그렇게 먼 이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