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라인, 게임 벤처 네시삼십삼분에 공동 투자…심리학 교수 출신 권준모, 1000억대 투자 유치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모바일 시장에서 또다시 1세대 창업자가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나왔다. 모바일 게임회사 네시삼십삼분(4:33)의 권준모 이사회 의장(사진)이 주인공이다.

네시삼십삼분은 중국 텐센트와 네이버의 라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고 10일 발표했다.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텐센트와 라인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네시삼십삼분 지분 25%가량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가치를 5000억~6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는 분석이다.

◆교수에서 게임회사 대표로

권 의장은 자신을 ‘연쇄 창업자’라고 말한다. 15년 전만 해도 그는 안정적인 자리가 보장된 교수였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희대 교육심리학 부교수로 있던 2000년, 교내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나가게 된 것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놨다. ‘컴퓨터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 등 게임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저 학문적 관심 수준이었다.

경진대회에서 당시 영문학과 학생이던 소태환 네시삼십삼분 공동대표를 만나면서 인생 항로 자체가 변경됐다. 권 의장은 그에게 게임 창업 동아리를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직접 지도교수도 맡았다. 그러다 이듬해 경희대와 고려대 학생 네 명과 함께 모바일 게임회사 엔텔리젼트를 창업하면서 게임 업계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2002년 ‘대두신권’과 2003년 ‘배틀 말뚝박기’로 2년 연속 대한민국게임대상 모바일 게임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2004년 출시한 ‘삼국지 무한대전’이 100만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권 의장은 단숨에 모바일 게임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2005년 넥슨에 회사를 매각한 뒤엔 넥슨모바일 대표와 넥슨 부사장, 넥슨 공동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지위에 만족하지 않았다. 엔텔리젼트를 세웠던 제자들과 함께 2009년 말 네시삼십삼분을 창업했다. 국내에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며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던 때였다.

◆텐센트·라인 업고 세계 진출

텐센트·라인, 게임 벤처 네시삼십삼분에 공동 투자…심리학 교수 출신 권준모, 1000억대 투자 유치
텐센트와 라인만 네시삼십삼분에 투자한 건 아니다. 게임회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도 2009년 네시삼십삼분 설립 당시 40억원을 투자해 현재 23.59%의 지분을 갖고 있다. 38.69%를 가진 권 의장에 이어 2대 주주다. 위메이드 자회사인 조이맥스도 따로 네시삼십삼분 지분 8.16%를 갖고 있다. 지난해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가 네시삼십삼분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90억원을 투자했다.

많은 게임사와 투자사가 네시삼십삼분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권 의장의 유명세 외에도 꾸준히 흥행작을 만들어내는 능력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한 ‘수호지’와 ‘활’에 이어 올 6월 출시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블레이드’도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게임 5위 안에 들어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연달아 게임을 흥행시킬 능력을 갖춘 게임사는 매우 드물다”고 평가했다.

네시삼십삼분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대 메신저 회사인 텐센트와 라인으로부터 공동 투자를 유치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투자금은 10×10×10 프로젝트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개의 게임을 10개 국가에서 성공시켜 10개 개발사를 상장시킨다는 프로젝트다.

소 공동대표는 “중국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텐센트와 라인 회원은 10억명에 달한다”며 “이번 투자 유치로 세계 시장 진출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준모 의장은 △1964년생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 석·박사 학위 취득△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 부교수(1995~2005년) △엔텔리젼트 대표(2001~2005년) △넥슨모바일 대표(2005~2006년) △넥슨 부사장(2005~2006년) △넥슨 공동대표(2006~2008년) △게임산업협회 3기 회장(2007~2008년) △네시삼십삼분 이사회 의장(2009년~현재)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