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동원그룹이 연어캔을 ‘제2의 참치캔’으로 본격 육성한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임직원에게 “1982년 참치캔을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연어캔 시장을 개척하자”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주문하고 나섰다.

동원그룹은 10일 미국의 연어 어획 전문 수산회사인 실버베이시푸드의 지분 12.5%를 2000만달러(약 216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이 연어 어획 회사 지분을 직접 취득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버베이시푸드는 2007년 알래스카의 선주 100여명이 300척의 어선을 모아 만든 회사다. 알래스카 연해에서 핑크연어, 첨연어, 사카이연어 등을 잡아 가공·판매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동원그룹 본사에서 열린 계약식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박성칠 동원F&B 사장,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 트로이 덴킹거 실버베이시푸드 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계약식에서 “두 회사의 협력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서 연어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F&B는 국내 시장 판매를 담당하며, 동원이 2008년 인수한 참치 전문회사 스타키스트가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회장이 연어사업 확대를 꾀하는 것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연어가 건강에 좋다고 인식되면서 소비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연어 소비량은 2010년 276만t에서 지난해 355만t으로 28.6%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연어 소비량은 유럽 1.44㎏, 미국 1.98㎏, 일본 2.62㎏다. 반면 국내에서는 1인당 0.30㎏ 정도만 소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평소 ‘건강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식품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해왔다. 이번 투자를 결정할 때도 “단백질과 DHA가 다량 함유돼 건강에 좋은 연어를 소비자들에게 소개해야 한다”며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임직원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원F&B는 흰살 연어로 만든 ‘알래스카연어’ 시리즈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실버베이시푸드가 잡은 뒤 급속 냉동해 신선도를 높인 알래스카 연어에 천일염과 카놀라유를 사용해 맛을 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에 판매하는 ‘동원연어’가 4900원으로 경쟁 제품보다 가격이 높아 판매가 부진했던 점을 감안해 살코기 제품 기준 4480원으로 값을 낮췄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9월 연어캔을 출시한 뒤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이후 마케팅 역량이 분산되면서 최근 10%대까지 떨어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기존 제품은 프리미엄 시장을, 동원 알래스카연어는 대중적인 제품으로 함께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어시장은 올해 2600억원에서 2017년 45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동원그룹은 올해 450억원 정도인 연어 매출을 2017년 2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