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면 재검토하라”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중 FTA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면 재검토하라”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중 FTA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농수산물 보호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 수입액의 60%를 관세 철폐 의무가 없는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했다. 특히 그중 절반인 30%(612개)는 앞으로 어떤 추가 개방 의무도 지지 않는 양허제외 품목으로 지정했다. 쌀을 비롯해 보리 마늘 양파 고추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조기 갈치 등이다.

◆전체 30% 양허 제외

[한·중 FTA 新협력시대] 농수산물, FTA 최저 40%만 개방…마늘·고추·조기·갈치도 제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체 농산물 1611개 품목 중 581개(36.1%)를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초민감품목 중 양허 제외 품목은 쌀 보리 감자 치즈 감귤 등 548개에 이른다.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참깨 대두 등 7개 품목은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으로, 김치 들깨 송이버섯 등 26개 품목은 관세를 평균 20% 깎아주는 부분감축 대상으로 지정했다. 레몬 마가린 등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품목 441개(27.4%)는 10~20년 내에 관세가 철폐되는 민감품목으로 지정됐다.

수산물은 전체 629개 품목 중에 87개(13.8%)가 초민감품목으로 지정됐다. 여기에는 조기 갈치 꽃게 낙지 등 불법어업 주요 대상품목이 포함됐다. 조기 갈치 등은 관세 철폐가 적용되지 않는다. 낙지 아귀는 수입이 불가피한 점을 들어 TRQ 품목으로, 꽃게 복어 대구 미역 등은 부분감축 품목으로 지정됐다. 새우류 새우살 등 429개는 민감품목으로 지정돼 10~20년 사이 관세가 철폐된다.

정부는 역대 한국이 체결한 12개 FTA 중 가장 낮은 수준에서 농수산물 시장을 개방했다고 평가했다. 수입액 기준 30%에 이르는 양허 제외 비중은 한·미 FTA(0.9%) 한·유럽연합(EU) FTA(0.2%), 한·캐나다 FTA(3.4%)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쌀을 비롯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농산품은 양허제외 품목으로 지정했다”며 “당초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어느 때보다 농산물 개방을 막았다”고 말했다.

동·식물 위생·검역(SPS) 협상에서 국내 농업계의 우려가 컸던 ‘지역화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화 조항을 넣을 경우 중국의 한 성(省)에서 특정 농수산품에 병충해 전염병 등이 생기면 한국은 해당 성의 사과만 수입 금지할 수 있는데 이번 합의로 전체 중국산 제품을 수입 금지할 수 있게 됐다.
[한·중 FTA 新협력시대] 농수산물, FTA 최저 40%만 개방…마늘·고추·조기·갈치도 제외
◆농업계는 불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농수산물 중 702개 품목(31.3%)이 10년 내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어서 농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농산물 재배품종도 한국과 거의 비슷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 농수산물 교역에서 4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당장 10년 이내 관세가 철폐되는 농수산물도 농축산물 589개, 수산물 113개 등 702개에 이른다. 이 중 육우·젖소나 번식용 오리·돼지 등 일부 가축과 주정용 사탕수수당밀 등 216개 농축산물에 대해선 관세가 즉각 철폐된다. 연어 패각 등은 10년 내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쌀 등이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하나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도 싸 농민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며 “대두와 함께 참깨, 팥 등의 농산물은 TRQ 품목에 포함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덕호 농식품부 국장은 “FTA 협의문을 바탕으로 농가 피해 등을 정밀 분석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중국과 FTA를 계기로 수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강화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70%·40%

농수산물 자유화율로 70%는 품목 수, 40%는 수입액 기준이다. 한국이 체결한 FTA 중 역대 최저 수준으로, 정부가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 상당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 저율관세할당(TRQ)

Tariff Rate Quotas의 약자. 두 나라 간 무역에서 특정 품목에 대한 제한적 물량을 설정한 뒤 해당 물량에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초과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이중관세제도다. 농산물에 많이 적용된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