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체결 첫날…비상하거나 비정상이거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중국 소비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짓눌려 있던 수출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증시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주요 업종 중 10일 상승폭이 가장 컸던 업종은 전기전자(3.79%)와 자동차를 포함한 운수장비(1.91%), 보험(1.68%), 철강(1.47%) 순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126만8000원으로 5.14% 급등하며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현대차 포스코 기아차 LG화학 등이 대부분 2%대 강세를 나타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기대감이 엔화 약세와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넘어선 결과”라면서 “주요 수출주들의 가격이 신저가 수준을 맴돌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회복에 따른 반등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수출주들의 강세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지수는 1958.23으로 18.36포인트(0.95%) 상승했다.

한·중 FTA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할인 요인을 해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소비시장 내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보다 우위에 있다”면서 “거대 시장인 중국 시장이 열렸다는 것은 정체돼 있던 한국 기업들의 성장 여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여서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변수”라고 말했다.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이나 호주와 FTA를 체결했을 때도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관세 인하로 생긴 가격 경쟁력이 실질적인 수요 증가로 연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의류 등 그간 주가가 많이 오른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경우 오히려 단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낙폭 과대 대형 수출주가 치고 올라올 경우 차익실현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