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新협력시대] 中 패션·의류시장 진출 가속화…5년 내 일자리 18만개 증가 효과
한국과 중국이 10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지만 질적으로는 ‘낮은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를 추진하겠다”고 합의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

이날 발표된 합의문에 따르면 관세 철폐 및 인하를 통해 중국이 품목 수 기준으로 91%, 수입액 기준으로는 85%를 한국에 개방하고, 한국은 각각 92%, 91% 수준에서 중국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이 체결한 미국(99%), 유럽연합(EU·99%)과의 FTA보다 훨씬 낮은 개방률이다.

개방률이 낮다는 것은 양측이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개방하지 않은 시장이 많다는 뜻이다. 중국은 협상 초기부터 한국에 비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석유화학, 철강, 기계 분야의 공산품을 초민감품목으로 분류했다. 반면 한국은 농·수산물 업계를 보호한다는 전략에서 이 분야를 초민감품목에 올렸다.

이들 품목을 놓고 양측은 막판까지 피말리는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중국은 파라자일렌(PX) 등 석유화학 제품, 굴삭기 등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한국은 쌀 고추 마늘 사과 배 조기 갈치 등을 개방하지 않는다는 양보를 받아냈다. 품목 수 기준으로 70%, 수입액 기준 40%의 개방률이다. 한·미 FTA의 농·수·축산물 개방률이 각각 98%와 92%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역대 최저다. 자동차의 경우 양측 모두 손실을 우려해 개방 대상에서 뺐다.

한·중 FTA는 이처럼 개방률이 낮지만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데다 세계 최대 시장이어서 상당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 수출 등이 발효 5년 내 177억~233억달러, 10년 내 276억~366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힘입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같은 기간에 각각 0.95~1.25%, 2.28~3.0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도 각각 18만7500~24만4400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중국의 소비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4조7000억달러이던 시장이 2020년 9조90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만큼 FTA를 통해 한국 중소·중견기업들이 의류 등 소비재를 수출할 기회를 넓힐 수 있다.

한국은 이번 FTA 타결로 미국, EU를 포함해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어 세계 최강의 ‘FTA 허브’로 부상하는 성과도 얻게 됐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생산기지나 연구개발(R&D)센터, 지역거점(HQ)을 둘 수 있는 유인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73.2%

한국이 중국과 FTA 체결로 얻게 된 세계 경제영토 비중.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중국과 FTA 체결 전엔 60.9%(세계 5위)였다. 10일부터는 칠레(85.1%), 페루(78%)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