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한국은 이번에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중국을 포함하면 한국이 체결한 국가들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3%를 차지한다. 최대 교역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관세 철폐 및 인하로 ‘경제 국경’을 없앨 수 있게 된 만큼 대내적으로는 저성장 탈출, 대외적으로는 경쟁과 개방을 모토로 하는 통상부문 주도권을 확립할 수 있다.

○‘경제영토’ 5위→3위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중 FTA 협상 타결에 따라 한국의 ‘경제 영토’는 기존 세계 5위(60%)에서 3위(73%)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칠레(85%), 페루(78%)가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교역 규모와 내용 면에서 한국과 질적·양적으로 확연히 다르다. FTA 상대국에 주로 농산물 위주로 수출하는 칠레, 페루와는 달리 한국은 제조업·서비스업 등 거의 전 산업 분야가 교역 영역이다.

이로써 한국은 거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을 글로벌 경쟁국인 미국, 일본, EU에 비해 한발 앞서 선점할 수 있게 됐다. FTA로 중국의 관세(평균 관세율 9.7%)가 철폐되거나 인하되는 혜택을 먼저 받는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아직 그렇지 못한 이들 국가의 수출 기업보다 유리한 조건과 가격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로선 이번 타결을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으로 받아들일 만한 대목이다.

○저성장 돌파구 마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지난해 2288억달러, 21%)이자 고성장 국가다. 제조업의 수출 확대 및 새로운 시장 개척, 농수산 산업의 글로벌화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면 잠재 성장률 하락을 막고 저성장 늪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미국(11%)과 일본(6%)을 합친 것보다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FTA 발효 후 5년 내 177억~233억달러, 10년 내 276억~366억달러의 수출 증가 효과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DP는 5년 내 0.95~1.25%, 10년 내 2.28~3.04%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7%대 중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한국보다 성장 속도가 약 두 배 빠르다.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로 성장 전략을 선회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2010년 19조4000억위안이던 중국인의 소비 지출액은 2012년 25조9600억위안으로 33% 급증했다. 중국이 ‘세계 공장’에서 ‘세계 시장’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한국 수출 기업들은 FTA 체결로 다른 국가들보다 비교우위를 갖고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다자간 FTA에도 유리

앞으로 한국은 지역 내 다자간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벌이는 과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중 FTA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RCEP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 간 FTA 협상이다. TPP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2개국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RCEP 16개국 중 일본과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과는 이미 FTA를 체결한 상태다. TPP의 경우에도 멕시코와 일본을 뺀 9개국과 FTA를 맺었다. RCEP과 TPP에 포함된 뉴질랜드와는 FTA 협상 중이다. TPP와 RCEP 체결이 늦어지더라도 양자 FTA를 타결한 역내 국가들에서 한국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경제영토가 17%로 한국에 훨씬 못 미치는 일본이 TPP를 통해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의 FTA 위상을 잘 말해준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