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만찬이 열린 중국 베이징 워터큐브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만찬이 열린 중국 베이징 워터큐브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양국 간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이 만나 양자 대화를 나눈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한·미·일 간 3자 회담을 한 적은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APEC 회의 참석 정상들을 위한 만찬에서 아베 총리와 옆자리에 앉아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두 나라 외교 당국 간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이 되도록 독려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한·일 관계의 개선 조짐이 없어 애초 두 정상 간 대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이런 예상을 깨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조우를 계기로 의례적인 인사 수준을 넘어 비교적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를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두 정상의 회담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날 다자회의 무대에서 예상치 않게 자리가 마련됨에 따라 양국 간 관계 회복의 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과 관련, 시 주석은 “기존 다자 국제금융기구와 보완적”이라며 우리 측의 AIIB 참여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4일 여러 국가가 참여한 가운데 AIIB 설립에 관한 서명식이 열린 것을 평가하고 이 문제에 관해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하자고 했다.

베이징=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