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어들이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 국내 산업체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바이어들이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 국내 산업체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규정은 중국이 지금껏 맺은 FTA 규정 중 가장 상세하고 높은 수준이지만 ‘투자 자유화’를 전제로 했던 한·미 FTA의 ISD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중 FTA에 담긴 ISD 조항에 대해 “한·중·일 투자보장협정(BIT)에 들어 있는 ISD 조항 내용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보다 전향적인 투자자보호 규약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상대국의 투자 및 영업 활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수준의 기존 협정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예비투자자가 ISD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한국 기업들에 실망스런 소식이다. 한·중 FTA의 ISD 조항은 한·미 FTA와 달리 ‘중국 내 법인 등을 설립한 투자자’만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국 시장 예비 투자자는 ISD 조항을 이용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한·중 FTA 타결 이후] 中법인 없는 예비 투자자는 ISD 못해…금융규제, 소송 대상 제외
예를 들어 협정문에 개방하기로 명시돼 있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인 투자자가 현지에서 시장 조사·인력 고용 등 실질적 비용을 들여 투자 계획을 실행하고 있을 때 중국 정부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투자 불가’를 선언한다고 해도 한국인 투자자는 이에 대해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양국은 ‘예비 투자자’를 ISD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킬지에 대해 향후 2단계 협상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양국은 또 모든 투자분쟁에 대해 분쟁 당사자(투자자와 투자유치국 정부) 간 협의를 통한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기했다.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만 중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중재 방안은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투자유치국 법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협약에 따른 중재 △유엔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규칙에 따른 중재 △기타 중재 규칙 중 고르면 된다.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이 가운데 하나의 절차를 선택하면 같은 분쟁을 다른 법원이나 중재처에 호소할 수 없다. 중재 판정은 단심제다. 중재 기구는 투자유치국 정부가 투자 협정문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했는지, 위반했다면 금전적 손해배상 또는 재산의 원상회복을 해줘야 하는지 등을 판정하게 된다.

기존 한·중 BIT보다 진전된 대표적인 사안은 ISD 소송 대상에서 금융 건전성을 위한 규제를 배제했다는 점이다. 소송이 제기되면 양국 당국이 만나 ISD 제기 대상 안건이 금융 건전성을 위한 조치인지를 조율하기로 했다.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금융사들이 영업상 규제를 무차별적인 ISD 소송으로 풀어가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ISD

Investor-State Dispute. 투자자-국가 소송제. 투자 유치국 정부가 투자 협정상 계약을 위반해 외국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 그 투자자가 해당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국제중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2012년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차별 조치로 43억달러 손해를 입었다며 제소해 논란이 됐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