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회의장과 검찰총장, 국립중앙의료원장, 현직 서울대 교수 등이 잇따라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그릇된 성도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에 따르면 경기 포천시의 한 골프장에서 일했던 여직원 A씨는 지난 11일 검찰총장을 지낸 이 골프장의 회장 B씨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의 아버지는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6월22일 포천시내 골프장 기숙사에서 샤워하는 딸을 나오게 한 뒤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2년간 이 골프장 프런트 직원으로 근무한 A씨는 사건 발생 직후인 6월 말 사표를 냈다.

이에 대해 B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떤 부적절한 행동도 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허무맹랑한 고소에 당당하게 법적 대응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또 퇴사하려는 직원을 설득하기 위해 골프장 간부와 함께 숙소를 찾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직 검찰총장뿐만이 아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성추행 혐의로 입건한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C씨를 기소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C씨는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20대 계약직 여직원 D씨에게 입을 맞추거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는 사직 후 지난 9월 C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C씨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돌연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리의 상아탑’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성추행 가해자로 수사를 받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는 여학생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서울북부지검의 수배를 받고 있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서울대 내부에서는 이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추가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대 인권센터는 자체적으로 해당 교수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에는 서울서부지법이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전 명지전문대 교수 이모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앞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캐디)의 신체 일부를 수차례 접촉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도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대 전문직 종사자(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 중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사례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21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강간·강제추행이 1137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태호/의정부=김인완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