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손보도 자본 보충수요 2조4천억원 예상

최근 일부 은행들이 발행하기 시작한 조건부자본증권(일명 코코본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이 내년에는 크게 늘어 은행권에서만 3조8천억원 어치가 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은행에 이어 보험권에서도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비율 규제 강화로 인해 생보는 1조7천억원, 손보는 6천870억원의 자본을 보완해야 하기 때문에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내년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이 만기 도래하거나 상각되는 규모가 약 3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2일 밝혔다.

은행 자본에 대한 국제 기준인 바젤Ⅱ에서 자본으로 인정받던 조건부자본증권이 매년 10%씩 상각되면서 인정범위가 줄기 때문에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진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들의 BIS 비율에서 보완자본 등이 기여하는 정도는 약 2.5%포인트로 추정되고 이를 제외하면 BIS 비율은 약 11.3%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는 새로 시행된 바젤Ⅲ가 요구하는 10.5%를 여전히 웃돌지만 삼성증권은 은행들이 저금리와 위험자산 확대 등의 경우에 대비해 하락분만큼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건부자본증권의 연간 만기 또는 상각 규모는 올해 1조8천억원에서 내년 3조8천억원으로 2배를 넘어서는 급증세를 보인 뒤 2016년에는 3조3천억원, 2018년에는 2조9천억원 등으로 점차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됐다.

보험권도 RBC 규제 강화로 인해 생보는 1조7천억원, 손보는 6천870억원 등 2조4천억원의 자본을 보완해야 하는데 내년과 2016년에 각각 1조2천억원의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부자본증권은 은행 등 발행사의 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원리금이 자동으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신종자본증권의 이자 지급이 정지되려면 은행 이익잉여금의 91%에 해당하는 71조원의 손실이 발생해야 하고, 조건부자본증권이 상각되려면 114조원의 손실이 나야 한다며 이런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조건부자본증권은 지난 4월 우리은행이 해외에서 달러표시로 발행한 이후 9월 엔 JB금융지주가 국내에서 2천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최근 은행들을 중심으로 발행이 늘고 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건부자본증권은 현재 국내에서 투자수요가 존재하고 발행 전력도 있기 때문에 저금리의 원화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조건의 조건부자본증권이 활발하게 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