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결혼하는 직장인 이모씨(32) 커플은 지난달 한 웨딩박람회에서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와 결혼반지, 커플링 등을 세트로 계약했다. 웨딩플래너는 “스드메와 함께 계약하면 결혼반지와 커플링을 35% 할인해 주겠다”고 했다. 이씨는 스드메 비용 200만원, 결혼반지 400만원, 커플링 150만원 등 750만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최근 이씨 커플은 자신들이 계약한 결혼반지와 커플링이 일반 귀금속 매장에서 각각 320만원, 10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제품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이 플래너와 결혼과 관련된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제대로 따질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각종 웨딩 박람회에서 일부 웨딩컨설팅 업체의 바가지 상술에 속아 피해를 보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각종 옵션을 끼워 팔며 ‘가짜’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결혼 진행 과정에서 업체가 잠적하기도 한다. 예비부부들의 컨설팅업체 선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5월 결혼을 앞둔 윤모씨(30·여)도 지난 9월 웨딩박람회에서 한 업체의 웨딩플래너와 계약했다. 그런데 이 웨딩플래너가 갑자기 퇴사하자 새로운 웨딩플래너가 전과 다른 스드메 등의 비용을 제시했다. 윤씨는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업체는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계약 당시 계약서 하단에 ‘예약금은 일절 반환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업체가 잠적한 경우도 있다. 올해 4월 결혼한 강모씨(31)는 스튜디오 업체가 잠적해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아직도 결혼 앨범을 받지 못했다. 강씨는 촬영앨범을 받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했다. 소비자원은 2011년부터 3년간 접수된 결혼준비 대행 서비스와 관련한 피해 신고가 137건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지난해 접수된 웨딩컨설팅 업체와 관련한 불만 상담은 1620건이나 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상당수가 웨딩박람회에서 계약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줄이려면 “웨딩박람회 당일에 계약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박람회 이후 전화나 재방문을 통해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연락처를 받아 여러 조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웨딩박람회의 규모도 살펴야 한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컨설팅 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피해를 봐도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박람회와 업체의 규모를 꼼꼼히 체크하고 현금 결제를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