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제조업 정책 이대로면 한·중 FTA도 '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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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거꾸로 달린지 5년
포퓰리즘과 규제에 경쟁력 최악
중국에 판 벌려준 꼴 될수도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포퓰리즘과 규제에 경쟁력 최악
중국에 판 벌려준 꼴 될수도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농산물은 애초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제조업의 숨통을 터주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발효 시점은 꽤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제조업체들은 FTA 효과 계산에 정신이 없다. 14억명의 소비시장이 열리고, 5000조원 큰 장(場)이 섰다는 신문의 큼직한 헤드라인에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거린다. 하지만 미래가 꼭 장밋빛으로 펼쳐지는 건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 뒤에는 불안한 평가도 적지 않다.
중국도 협상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상대가 ‘제조업 초강국’이라는 한국인데도 말이다. KOTRA가 협상 전 180개 중국 기업에 한·중 FTA 지지 여부를 물었다. 반대는 한 건도 없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중국 기업들도 우리만큼이나 FT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 이후 중국 언론에 나타난 반응을 체크해 봤다. 한국이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든가, 한국의 협상력이 뛰어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볼 점이 있다. 모든 평가에 ‘10년 뒤’의 각오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FTA가 제 기능을 하는 시점이 10년 뒤다. 대중 수출 품목 가운데 협상 발효 직후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고작 20%다. 그것도 대체로 중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10년이 지나서야 71%의 관세가 철폐된다. 10년 내 한국의 제조업을 따라잡자는 게 중국의 각오인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 성장세는 무섭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섰다. 일본 닛케이가 얼마 전 세계 주요 50개 상품의 시장 점유율을 조사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6개 품목에서 1위에 올랐다. PC의 레노버, 세탁기 냉장고의 하이얼 등이다. 따져 보라.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다던 정보통신기술(ITC) 제조업의 위상은 어떤가. 어느새 최강의 제조업체라는 삼성전자가 샤오미를 두려워하고, LG전자가 하이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문제는 중국의 상승세가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비 0.9%에 불과했다. 제조업 생산은 0.9% 마이너스 성장이다. 한국 제조업의 성장 속도는 2010년까지만 해도 64개 주요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2011년부터 역전돼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걱정이다. 제조업 생산성이 제자리걸음을 한 건 이미 오랜 일이다. 경직된 고용구조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오죽하면 노동시장 개혁이 없다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0년 뒤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겠는가.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끝없는 노동입법으로 산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비정규직법, 정리해고 요건 강화… 수십 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입해도 감내하기 버거운 제도들이다. 인건비는 올라가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국내에 누가 붙어 있겠는가.
기업을 어렵게 만들기는 환경 분야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 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환경관련법들이 줄줄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광풍은 지나갔다지만, 반기업정서에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은 여전하다.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과연 누구의 책상머리에서 나왔는지. 규제는 오히려 늘어나 뽑아내겠다던 손톱 밑 가시가 대못으로 커졌다.
정부가 앞장서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도 버티기 힘든 글로벌 경쟁이다. 경쟁국들은 제조업 재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제는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깨닫기에 금융위기는 더없이 좋은 계기였다. 그렇게 5년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5년을 달렸다. 이대로 10년을 더 달렸다고 생각해보라.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 기업들은 중국으로 뛰쳐나가고, 시장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넘쳐나지 않을까. 그게 중국이 바라는 ‘10년 뒤’다.
제조업을 살리자는 근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한·중 FTA가 한국 제조업 경쟁력에 독약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중국도 협상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상대가 ‘제조업 초강국’이라는 한국인데도 말이다. KOTRA가 협상 전 180개 중국 기업에 한·중 FTA 지지 여부를 물었다. 반대는 한 건도 없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중국 기업들도 우리만큼이나 FT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 이후 중국 언론에 나타난 반응을 체크해 봤다. 한국이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든가, 한국의 협상력이 뛰어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볼 점이 있다. 모든 평가에 ‘10년 뒤’의 각오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실 FTA가 제 기능을 하는 시점이 10년 뒤다. 대중 수출 품목 가운데 협상 발효 직후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고작 20%다. 그것도 대체로 중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10년이 지나서야 71%의 관세가 철폐된다. 10년 내 한국의 제조업을 따라잡자는 게 중국의 각오인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 성장세는 무섭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넘어섰다. 일본 닛케이가 얼마 전 세계 주요 50개 상품의 시장 점유율을 조사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6개 품목에서 1위에 올랐다. PC의 레노버, 세탁기 냉장고의 하이얼 등이다. 따져 보라.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다던 정보통신기술(ITC) 제조업의 위상은 어떤가. 어느새 최강의 제조업체라는 삼성전자가 샤오미를 두려워하고, LG전자가 하이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문제는 중국의 상승세가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비 0.9%에 불과했다. 제조업 생산은 0.9% 마이너스 성장이다. 한국 제조업의 성장 속도는 2010년까지만 해도 64개 주요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2011년부터 역전돼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걱정이다. 제조업 생산성이 제자리걸음을 한 건 이미 오랜 일이다. 경직된 고용구조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오죽하면 노동시장 개혁이 없다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0년 뒤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겠는가.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끝없는 노동입법으로 산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비정규직법, 정리해고 요건 강화… 수십 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입해도 감내하기 버거운 제도들이다. 인건비는 올라가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국내에 누가 붙어 있겠는가.
기업을 어렵게 만들기는 환경 분야도 마찬가지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 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환경관련법들이 줄줄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광풍은 지나갔다지만, 반기업정서에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은 여전하다.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과연 누구의 책상머리에서 나왔는지. 규제는 오히려 늘어나 뽑아내겠다던 손톱 밑 가시가 대못으로 커졌다.
정부가 앞장서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도 버티기 힘든 글로벌 경쟁이다. 경쟁국들은 제조업 재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제는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깨닫기에 금융위기는 더없이 좋은 계기였다. 그렇게 5년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5년을 달렸다. 이대로 10년을 더 달렸다고 생각해보라.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 기업들은 중국으로 뛰쳐나가고, 시장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넘쳐나지 않을까. 그게 중국이 바라는 ‘10년 뒤’다.
제조업을 살리자는 근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한·중 FTA가 한국 제조업 경쟁력에 독약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