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시장의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 이우환 씨(78)는 고(故) 백남준과 더불어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일본과 미국 유럽에선 설치미술가로 잘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회화로 특히 유명하다. 그의 단색 추상화는 1970년대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시리즈로 시작해 1980년대 ‘바람’ 시리즈,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조응’ 시리즈로 이어진다.

이씨의 1976년작 ‘선으로부터’(161.9×130.2㎝) 시리즈가 미국 뉴욕 경매시장에서 ‘히트’를 쳤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11일(현지시간) 연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 경매에서 ‘선으로부터’가 216만5000달러(약 23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당초 경매 추정가 80만~120만달러에 출품된 100호 크기의 이 작품은 경합 끝에 추정가를 훌쩍 넘긴 금액에 새 주인을 찾았다. 최윤석 서울옥션 기획·판매담당 이사는 “이씨의 작품이 소더비 경매에 출품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최근 해외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이번 경매 결과가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씨의 경매 최고가 작품은 2012년 11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229만9000만달러(약 24억원)에 낙찰된 1977년작 ‘점’(291×162.1㎝)이다. 앞서 2007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1978년작 대작 ‘점’이 치열한 경합 끝에 194만4000달러(약 18억원)에 팔렸다.

이씨는 국내 생존 작가 중 그림값이 가장 비싼 작가다. 작년 10월 10억원 안팎이던 100호(130×160㎝) 크기의 ‘점’ 시리즈와 ‘선’ 시리즈는 최근 서울 인사동과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 12억~15억원 선으로 오르며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같은 크기의 ‘바람’ 시리즈는 점당 2억~3억원, ‘조응’ 시리즈는 2억원 선에 나와 있다. 경매시장에서는 소장가들의 위탁 작품이 많다 보니 시중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올 들어 경매에서 이씨의 작품 ‘선으로부터 No.12-12’는 5억940만원, ‘동풍’(3억6224만원), 1993년작 ‘조응’(1억7035만원) 등이 저가에 낙찰됐다.

미술계에선 이씨의 작품을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여러 긍정적인 요인이 있어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작품 가격이 이미 바닥을 쳐 시장이 받아줄 만한 수준인 것 같다”고 낙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