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임대리츠 '막차' 놓친 건가요?"…중개업소서 들리는 하우스푸어 하소연
“9·1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집값이 계속 오를 줄 알았죠. 도루묵이 될 줄 누가 알았나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제 집을 다시 사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울에 사는 40대 중반의 직장인 이모씨가 자신이 사는 동네의 한 부동산중개업자에게 늘어놓은 푸념이다. 중개업자가 전하는 이씨의 사연은 이렇다.

그는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가난하게 사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다. 월급에 비해 과도한 원리금을 갚느라 6년여 동안 고생한 끝에 지난 8월 ‘희망임대주택리츠’를 신청했다. ‘무늬만 내 집’을 포기하는 대신 좀 더 잘 먹고 잘 입는 데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 리츠는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민주택기금 등을 통해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 보증부 월세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는 사업이다.

이 리츠 사업이 계속 추진될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경우 이 사업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신청은 마쳤는데 지난 9월 초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 완화 등을 담은 9·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 호가가 뛰기 시작하고 거래량도 늘어났다. 시장 상황을 이틀 동안 지켜본 이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리츠에 집을 팔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시장에서 파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는 “리츠는 물 건너갔는데 9·1 대책 효과가 오래가지 않아 시장에서도 팔기 어려워진 것”이라며 “리츠를 신청한 뒤 중도 포기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3차 리츠 계약률은 1·2차에 비해 저조하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200여건이 신청된 가운데 계약이 성사된 것은 200여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와 2차 때 각각 1100건, 800건이 신청돼 모두 50% 정도 계약된 데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되고 전년 대비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 환경이 한층 좋아진 건 맞다”면서도 “3차 사업이 신청 건수가 최다임에도 최저 계약률을 기록한 건 9·1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반짝’하면서 착시를 일으킨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