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D의 공포', 고용유연성부터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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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저물가에 디플레 공포 확대
일자리 위해 노동유연성 높이고
1천조 가계부채 관리 초점맞춰야"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일자리 위해 노동유연성 높이고
1천조 가계부채 관리 초점맞춰야"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1월 이후 24개월째 1%대에 머물렀다. 이런 장기 저물가 기조는 물가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저물가 저성장의 고착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저물가의 근본 원인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수부진 요인이 크다. 이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탈출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과연 디플레이션 공포는 현실화될 것인가.
최근 한국의 경제 사정은 ‘저물가의 장기화’란 점에서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붕괴 이후 일본의 디플레이션 진입 시기와 매우 비슷하다. 당시 일본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는 0.31이었는데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올 1분기까지 0.31이었다가 2분기에 0.38로 상승했다.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물가, 생산 등 11개 지표를 통해 디플레이션에 근접한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0.3 이상이면 발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또 통화가치가 올랐다는 점도 비슷하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계기로 엔화가 고평가됐고 한국도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일본의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인 통화가치 상승을 경험했다.
일본과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다행히 한국은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과 붕괴를 겪지 않았다. 국내 부동산 가격은 최근 정부의 여러 대책에 힘입어 완만하게 상승하는 추세다. 자산가치 폭락으로 인해 장기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침체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무렵에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면서 경기침체가 초국가적인 현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대외환경은 한국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에 돈이 원활하게 돌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그 한 원인인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경기위축 시 노동비용 절감을 어렵게 해 기업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저물가와 저성장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고용 유연성을 높이면 비정규직의 양산을 초래해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우선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를 줄이는 방법으로 노사 간 균형있는 해결책 제시가 가능하다. 지나친 성과급 체계와 일부 정규직의 고임금을 낮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상대적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소하고 소비심리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이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켜 원활한 경제 순환을 가로막는 주범 중 하나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같은 저물가, 저성장 국면에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임금인상과 신규채용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의 자금상환 능력과 금융회사 건전성을 모니터링하며 가계부채 확장세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8월 시행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완화 이후 급증하는 부동산 대출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hahyunjo@hanmail.net >
최근 한국의 경제 사정은 ‘저물가의 장기화’란 점에서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붕괴 이후 일본의 디플레이션 진입 시기와 매우 비슷하다. 당시 일본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는 0.31이었는데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올 1분기까지 0.31이었다가 2분기에 0.38로 상승했다.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물가, 생산 등 11개 지표를 통해 디플레이션에 근접한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0.3 이상이면 발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또 통화가치가 올랐다는 점도 비슷하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계기로 엔화가 고평가됐고 한국도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일본의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인 통화가치 상승을 경험했다.
일본과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다행히 한국은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과 붕괴를 겪지 않았다. 국내 부동산 가격은 최근 정부의 여러 대책에 힘입어 완만하게 상승하는 추세다. 자산가치 폭락으로 인해 장기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침체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무렵에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세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면서 경기침체가 초국가적인 현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대외환경은 한국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에 돈이 원활하게 돌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그 한 원인인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경기위축 시 노동비용 절감을 어렵게 해 기업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저물가와 저성장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고용 유연성을 높이면 비정규직의 양산을 초래해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우선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를 줄이는 방법으로 노사 간 균형있는 해결책 제시가 가능하다. 지나친 성과급 체계와 일부 정규직의 고임금을 낮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상대적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소하고 소비심리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도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이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켜 원활한 경제 순환을 가로막는 주범 중 하나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같은 저물가, 저성장 국면에서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임금인상과 신규채용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의 자금상환 능력과 금융회사 건전성을 모니터링하며 가계부채 확장세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8월 시행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완화 이후 급증하는 부동산 대출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hahyunj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