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홍익인간(弘益人間)
교육에 대한 수많은 이론과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년 열리는 입시 설명회에 수천명이 몰리고 불황에도 교육사업은 끄떡없다고 하니 한국의 교육열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열의가 있다는 것은 좋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을 하더라도 ‘왜’라는 질문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말과 행동이 사고(思考)보다 앞서는 시대에는 더욱 그 필요성을 느낀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는 교육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인격을 닦고,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생활 능력과 국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한다는 뜻으로 결국 ‘홍익인간’의 이념이 그 기본이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말이 꼭 경제적인 이익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격 형성과 자주적 능력을 이야기할 때는 머릿속만 채우는 것이 아닌 가슴속을 채우고자 하는 교육의 목표가 담겨 있지 않을까.

한두 살 차이에서도 세대차이를 느낄 정도로 이제 하루가 다르게 사회가 급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과 생활수준의 발전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지고, 높은 교육열에도 개인의 꿈은 상실되고 있다. 이런 사회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재된 근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원인은 지식과 부에 있지 않다. 잘 살아보려는 마음으로 물질적인 발달에 집중하고 양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느라 개개인과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결과다. 이제 우리 교육의 목적을 다시 홍익인간의 이념에 둬야 할 때다.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삶에 관심을 두며, 자라나는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올바른 방향에 따라 인간 본연의 탐구와 존재 가치에 대한 깊고 통찰력 있는 고민을 통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한다.

필자는 과학자로서 공공연구원의 원장이었으며 지금은 대학의 총장이다. 이제 학생들에게 기술적인 스킬과 과학적 탐구를 넘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줘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 학교는 기숙형전인학교인 RC(Residential College)를 통해 배려와 나눔, 진정한 성공의 의미, 삶의 가치, 기업가 정신 등을 의무적으로 교육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는 나와 가족, 우리나라만 잘 살아서 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민족을 넘어선 더 넓은 의미의 홍익인간 이념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사회 발전과 더불어 개인과 가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욱 행복한 삶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춘호 <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president@sunykor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