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 교육청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취학 전 아동 보육료 지원사업) 예산 편성을 두고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남교육청이 이례적으로 관련 예산을 7개월분이나 편성한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충남교육청은 3~5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내년 7개월분 634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누리과정 예산 870억원의 72.9% 수준이다. 충남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전년(660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648억원을 배정했다.

이와 달리 14개 교육청(충북 제주 경북은 미정)은 내년도 누리과정 전체 예산을 올해보다 54.2% 줄였다. 어린이집만 따져보면 70.6%를 줄였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들에게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월 22만원의 교육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충남교육청이 비교적 수월하게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던 것은 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난을 미리 예측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는 등 꾸준한 ‘재정 다이어트’를 해온 덕분이다.

충남교육청이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 건 지난해 4월. 김종성 전 충남교육감이 교육전문직 시험문제 유출 돈거래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전찬환 부교육감이 교육감 대행을 맡으면서다. 교육과학기술부 재정기획관을 지낸 전 부교육감은 세수 부족으로 교육청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누리과정과 같은 무상보육이 본격 시행돼 향후 2~3년 내에 교육청 지출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모든 정책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중복 사업을 대폭 통폐합한다는 원칙을 세워 곧바로 실행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교원맞춤형 연수사업(3억6000만원)과 누리과정 교재교구비 지원사업(21억원)을 없애는 등 총 806억8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올해 충청남도 누리과정 예산(870억원)의 92.7%에 달한다.

충남교육청은 내년 예산 편성과정에서도 과감한 세출 절감으로 누리과정 재원 마련에 힘을 보탰다. 내년에 교원들의 핀란드 헬싱키대 연수(8300만원), 국제교육문화교류 행사지원(2억6900만원), 유치원 교원 해외연수(2700만원) 등 관행처럼 지속돼온 1억~2억원 이내의 소규모 사업을 대폭 줄였다. 이렇게 내년 예산에서 줄인 비용이 402억원에 달한다.

김갑배 충남교육청 예산계장은 “지난해 예산과 비교해보면 2년 만에 줄어든 사업규모가 1200억원을 넘어선다”며 “평소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여력을 높인 것이 이번 예산 편성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