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무장해제 비법은 '유머'…광고로 웃음주는 신예 CD 4인방
불황이 깊어질수록 광고에서는 ‘유머 코드’가 뜬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정설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유머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유머 광고가 부쩍 많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 무장해제 비법은 '유머'…광고로 웃음주는 신예 CD 4인방
대홍기획은 국내 수많은 광고회사 가운데 유머 광고에 일가견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따봉!”(델몬트 주스) “니들이 게맛을 알아?”(롯데리아) 등과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믹한 광고를 제작한 곳이 바로 이 회사다. 유머 광고의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온 저력을 바탕으로 최근 새로운 감각의 유머 광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대홍기획의 신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네 명을 만나 유머 광고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웃긴 광고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워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어이없는 실수의 순간을 절묘하게 잡아낸 ‘청춘차렷! 핫식스’, 이직하고 싶은 순간을 제약 광고의 형식에 담아낸 ‘효과 빠른 잡코리아’ 등의 제작을 지휘한 신태호 CD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광고 장르가 유머”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드라마나 액션에서는 클리셰(상투적이거나 익숙한 표현)에 관대하지만 코미디 장르에서는 같은 소재를 재탕했거나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늦었다 싶으면 냉정하게 외면해버리죠.” 특히 광고에서는 메시지와 제품, 웃음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딱 맞아떨어져야 하기에 더욱 어렵다는 설명이다.

“웃음 주는 브랜드가 오래갑니다”

습기로 가득 차 아예 수영장이 돼버린 집안에서 뽀송한 생활을 바라는 가족들의 절묘한 랩과 신명나는 춤, 광고모델 김유정의 상큼한 노래로 화제를 모았던 ‘위니아 제습기’ 광고를 만든 황범상 CD는 “웃으며 기억하는 브랜드가 가장 오래간다”고 말했다.

그는 “말 한마디나 표정 하나로도 웃길 수 있지만 무엇보다 광고가 가진 스토리의 짜임새 안에서 웃음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행이 지나고 나면 힘이 다하는 광고가 아니라 두고두고 소비자의 머릿속에 웃음으로 기억되는 것이 진짜 유머 광고라는 얘기다.

“소비자 지갑 열어야 성공한 광고”

소비자 무장해제 비법은 '유머'…광고로 웃음주는 신예 CD 4인방
눈을 뒤집고 굿판 소리에 맞춰 뛰어오르는 한 남자의 모습이 스크린에 등장하면 극장 안은 키득거리는 소리로 가득 찬다. ABC마트의 ‘가격 신내림’ 광고를 만든 이광현 CD는 “유머 광고는 단순히 웃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유머의 코드가 제품 속성이나 브랜드와 잘 연결돼 결국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머 광고는 잘되면 광고회사도 광고주도 즐거운 ‘윈윈’이 되지만 유머만 남고 상품은 잊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이 CD의 지론은 “웃기기만 한 광고는 유머일 뿐 광고가 아니다”는 것. 소비자도 웃고, 광고주도 웃고, 브랜드도 웃을 때가 비로소 진짜 유머 광고가 완성되는 순간이라는 설명이다.

“웃음으로 소비자 무장해제시켰죠”

정보기술(IT) 분야 광고에서는 마치 이 서비스를 써야만 스마트한 사람인 것처럼 협박(?)하는 듯한 광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오히려 기분 좋게 웃으며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유머 광고가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다.

대중에게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재미난 광고 덕분에 다운로드 횟수가 10배까지 치솟았다. 신동엽이 뺨을 맞는 장면과 함께 “싸다구”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쿠차’ 광고 얘기다. 이 작품을 만든 손수진 CD는 “소비자를 무장해제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웃음”이라고 말했다.

“쿠차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성실함으로 어필할지, 로맨틱하게 접근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손 안의 서비스라면 친근함이 가장 큰 무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 대홍기획 4인방은 “유머 광고가 보기엔 즐거워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즐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경직된 분위기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광고주가 웃음 코드를 이해하지 못했을 때의 속 터지는 상황은 당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과 만난 유머 광고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 광고인으로서 짜릿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