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리를 품은 로제타 상상도=NGC제공
/파일리를 품은 로제타 상상도=NGC제공
인류가 청마의 해 2014년 11월 13일 심야시간대 우주 탐사 과학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태양계 생성 초기의 화석” 또는 “태양계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혜성에다 마침내 ‘메이드 인 인류’의 깃대를 꽂았습니다.

유럽우주청 ESA의 10년여에 걸친 ‘로제타 프로젝트’를 국내 생중계한 팩츄얼 엔터테인먼트방송인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5분께 인류 최초의 혜성 착륙과 탐사로봇인 파일리 Philae로부터 목적지점인 ‘아질키아 Agilkia’에 무사 착륙을 알리는 신호가 지구로 전송됐습니다. 혜성 중력이 지구의 10만분의 1에 불과해 ‘튕겨나갈 지도 모르는 위험’ (약 30%의 실패 가능성)을 뚫고 무사히 내려앉은 것입니다.

이에 하루 앞선 12일 오후 6시경 총 64억km의 우주바다를 항해한 로제타는 현재 목성 인근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Churyumov-Gerasimenko의 22.5km상공에서 10년 세월 품에 안고 있던 파일리를 자신에게서 떼어냈습니다. ESA의 “GO”사인을 받고 서지요.

파일리는 분리 뒤 초속 1m의 느린 속도로 하강을 하다 2시간 뒤쯤인 오후 8시 지구로 “이상무!”란 신호를 처음 보냈습니다. ESA는 11시 15분 경 ‘어미’ 로제타가 혜성을 향해가는 ‘자식’ 파일리의 당당한 모습을 찍어 보낸 사진을 처음 공개했고요. 이어 13일 오전 1시 파일리가 혜성에 비장의 무기인 ‘작살’을 꽂으며 안전하게 내려앉았다는 내용을 온 세상에 공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일리의 착륙 상상도=NGC제공
/파일리의 착륙 상상도=NGC제공
파일리는 이제부터 아주 바쁜 몸이 됐습니다. 자신의 혜성위에서 활동하는데 쓸 연료가 ‘2박3일분’ [2.5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몸체로 태양광 전지판을 두르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작동할지 여부는 사실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혜성 착륙 로봇 파일리에 부여된 가장 큰 임무는 드릴로 23cm 깊이의 구멍을 뚫어 혜성의 속살을 확보한다는 것이 꼽힙니다. 이 속살을 살피면 태양계의 성장 과정을 짐작할 단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추정입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혜성은 46억 전 갓 태어난 태양의 주변을 돌던 거대한 먼지구름이 뭉쳐서 행성들이 만들어질 때 남은 재료로 생성된 화석으로 불립니다. 혜성을 태양계 타임캡슐로 말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이 속살에 든 내용물에서 유기물을 발견한다면 지구 생명체의 기원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란 게 과학자들의 생각입니다.

여기서 그러면 파일리를 떠나보낸 모선 로제타는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데요. 태양을 향해 시속 6만5000km 속도 [초속으로 따지면 18km 속도]로 달리고 달리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위에서 계속 같이 날아갑니다. 일단 내년 말까지 동행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그 이후에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혜성의 현재 이동 속도인 초속 18km는 시각적으로 매우 빨라 보이지만 지구가 공전하는 속도 보다 늦은 편입니다. 지구의 평균 공전속도는 초속 29.76km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혜성의 속도는 태양에 가까이 갈수록 더 빨라진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태양에 최근접했다가 장렬하게 산화한 혜성인 아이손의 경우 초속 394km에 달했습니다.]

로제타가 과학계와 언론계의 최대 조명을 받는 시기는 내년 2015년 8월 13일경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왜냐고요. 이 때 호위무사격인 로제타를 거느린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혜성이 근일점 [타원형의 궤도를 도는 천체가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지점]인 1억8500만km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위치로 따지면 화성과 지구 궤도 사이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로제타는 혜성이 근일점에 도달했을 때 수만~수십만km의 꼬리를 만드는 장관과 관련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파일리가 자신의 등에다 작살을 꽂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와 지구간의 거리는 5억1000만km.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입니다. 때문에 파일리가 보낸 전파가 지구에 도착하는데 3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하지요.

그런데 로제타가 지구를 떠나 혜성에 도달하기 위해 비행한 총거리는 64억km라고 합니다. 12.5배에 이르는 거리를 비행했다는 얘긴데요. 그것도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10년8개월이라는 기간동안.

이건 로제타가 혜성의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방향도 맞추기 위해 빙글빙글 돌아서 (지구 네 바퀴, 화성 네 바퀴) 갔기 때문입니다. 이걸 전문적으로 스윙바이 기법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이는 행성이 가진 중력의 힘으로 튕겨져 나갈 때 추진력을 얻는 것인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연료를 절약하는 동시에 빠르게 이동하는 혜성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보이저 2호가 목성 토성의 중력을 이용해 머나 먼 행성 해왕성에 도달한 뒤 현재 성간우주로 나갔지요.

로제타 프로젝트 상세보기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