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명문 오케스트라 두 곳이 잇따라 한국 무대에 선다. 한국경제신문이 음악평론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하반기 기대 공연’(본지 7월1일자 A36면)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공연이다. 마리스 얀손스(71)가 이끄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파보 예르비(52)가 함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이 주인공이다.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먼저 한국을 찾는 오케스트라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다. 오는 18,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1983년 콜린 데이비스, 1993년 로린 마젤 등 거장들이 이곳을 거쳤다.

이번 내한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협연자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개인적인 이유로 취소됐다. 다른 협연자를 찾는 대신 관현악 연주로 프로그램을 모두 채웠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첫날에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라벨 관현악 편곡 버전의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들려준다. 이튿날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주앙’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수석 지휘자 얀손스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근거지를 둔 세계적 관현악단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동시에 맡고 있다. 얀손스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대해 “음악을 굉장히 진지하게 다루는 뛰어난 음악가들로 구성돼 있고 음악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얀손스는 라트비아 출신으로 러시아 거장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와 독일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사사(師事)했다. 20년에 걸쳐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을 완성한 쇼스타코비치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에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듣기에 앞서 “그가 이 작품을 작곡한 까닭과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에 대한 역사적 정황을 살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내달 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청중과 만난다. 이들의 공연이 기대를 불러일으킨 이유는 도전적 프로그램 덕분이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올해 세 차례 공연을 통해 브람스 교향곡 전곡(1~4번)을 연주한다. 지난해에는 베토벤 교향곡 3·4·5·7번을 연주했고 내년에는 슈만 교향곡 전곡 연주에 나선다. 대구 공연에선 바이올린 협주곡(크리스티안 테츨라프 협연)과 교향곡 4번을 연주하고 2일 서울 공연은 피아노 협주곡 2번(백건우 협연)과 교향곡 1번, 4일에는 교향곡 2·3번과 이중 협주곡을 선보인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1980년 독일 브레멘 음대생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젊은 오케스트라다. 하인리히 시프, 대니엘 하딩 등이 음악감독을 맡았고 2004년부터 예르비와 함께하고 있다. 예르비는 2010년부터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고 내년에는 NHK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도 활동할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