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국내 통신서비스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통신서비스는 SK텔레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규제 탓에 시장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나타난 결과다.
스마트폰 삼성·애플 '쏠림'…팬택·소니 '울상'
○통신시장 고착화 뚜렷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 SK텔레콤으로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인 올해 1~9월 SK텔레콤은 매월 2만명 안팎의 가입자를 경쟁사에 빼앗겼다. 단통법 시행 이후인 10월 이 규모는 2000여명으로 확 줄었다.

이는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이 요금 경쟁보다 장기 가입자 할인, 제휴사 할인 등 부가 서비스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른바 ‘집토끼 지키기’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번호이동(통신사를 바꿔 가입하는 것)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반면 기기변경 비중은 확대됐다. 전체 통신시장(신규가입, 번호이동, 기기변경 포함)에서 기기변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9월 24.6%에서 10월 45.1%로 상승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엔 새로운 휴대폰이 필요하면 보조금을 받기 위해 통신사를 바꿔 가입하는 이용자가 많았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지원금이 줄자 부가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통신사는 변경하지 않고 휴대폰만 바꾸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이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아니라 부가 서비스로 차별화가 이뤄지면 가입자가 많은 1위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애플 80% 장악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량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 등 신제품을 내놓은 영향도 있지만 소비자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반 토막난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만 팔리고 있다”며 “똑같이 비싼데 이왕이면 약간 더 주고 브랜드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이 낫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됐던 외산폰은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중국 화웨이가 국내 첫 판매에 나선 X3와 소니 신제품 엑스페리아Z3 등의 판매 성적은 여전히 낮다. 보조금 마케팅 수단이 없어지면 외산폰이 유리해져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돼 국내 통신시장이 5(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 구도로 고착화하면 소비자에게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권영선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단통법으로 소비자 후생이 나빠질 것”이라며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이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기 위해선 경쟁 활성화가 필요한데 경쟁 요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 경쟁 활성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후발 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고폰 선보상제, 위약금 완화 방안 등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을 활성화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신규가입과 기기변경 가입자 간 지원금 차등 지급 등 최소한의 경쟁 활성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