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125만명, 고독死 막아야죠"
“좋은 ‘사람’이 돼야죠. 좋은 일 (빙자)하는 나쁜 사람들 많잖아요.”

송영신 한국1인가구연합 대표(변호사·사진)에게 “좋은 일 한다”고 하자 돌아온 말이다. 1인가구연합은 지난 11일 ‘1인가구 법률지원센터’를 열고 변호사 20명을 동원해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저소득 1인가구에 주택임대차, 임금체불, 기초생활수급, 개인회생 등 주거·근로·소득 문제에 관한 법률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송 대표는 지난해 7월1일 연합을 세웠다. 호주머니 돈을 털고 주변인들에게 십시일반 지원을 받아 서울 강남대로에 작은 사무실을 열었다. 송 대표는 “형태를 불문하고 1인 가구는 급속히 증가하는 반면 현재 우리나라 4418개 법령 가운데 ‘1인 가구’로 검색되는 법령은 단 한 개도 없을 만큼 1인 가구에 필요한 법·제도적 안전망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했다.

홀몸노인 등을 방문하고 유언장 작성 지원, 후견인 지원 등 무연사(고독사) 방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세상을 뜨면 장례식을 치러준다. 송 대표는 “무연사로 허무하게 삶을 마감할 뻔한 한 명 한 명을 찾아 관계망을 형성해 마음의 안식을 찾도록 하면 그걸로 족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홀몸노인은 125만명으로 2000년(54만명)에 비해 2.2배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년 뒤에는 343만명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그는 갈 데가 없어 보호시설에서 자라다 만 18세가 돼 타의로 나온 ‘퇴소아동’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소셜팸(사회적 가족)도 만들어주고 있다.

그는 또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인데 이 일을 하면서 만난 분 모두 죽음에 대해 언급하기를 너무 꺼렸다”며 “죽음을 가까이 할 때 비로소 현재 삶의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에너지가 생긴다. 이를 받아들여 삶의 에너지를 되찾은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요즘 1차 병의원 등을 알음알음 찾아다니며 의료서비스를 연계하고자 노력 중이다. 아이들이나 저소득층에 독감예방주사나 영양제 등을 저렴하게 맞게 해달라는 제안을 의사들에게 하고 다닌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떳떳한 일이기에 자신감을 갖자’고 되뇌다 보니 익숙해졌다고 했다.

최근 복지부에 법인 인가 신청을 하고 대외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오갈 데 없는 분들이 모여 자연을 가까이하다 그 주변에 묻히는 ‘공동자연장지’ 같은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