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플라톤·칸트가 본 '헝거 게임'
미래의 북미지역에 독재국가 판엠이 들어서고, 대중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고대 로마 검투사경기처럼 ‘헝거 게임’을 펼친다. 해마다 열두 개 구역에서 소년 소녀 한 쌍을 차출해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싸우게 하는 경기다. 동생 대신 출전한 캣니스는 오락을 목적으로 아이들이 살육되는 것이 정의로운가에 의문을 품고 혁명을 이끌어낸다.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수잔 콜린스의 판타지 소설《헝거 게임》을 플라톤, 칸트, 홉스, 푸코 등 고금의 철학자들 관점에서 숙고한 책이다. 칸트의 관점에서 타인을 해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캣니스의 행동이야말로 도덕적으로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다. 모두 엄정하고 객관적인 도덕적 추론에 따라 선한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교훈이 도출된다.

인간을 짐승으로 여기는 홉스는 달리 생각한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덕목은 자기 생존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멈추고 인류공영을 이끌 유일한 방안은 독재정권을 용인하는 것뿐이다.

다윈은 공감 배려와 협력 양심 등도 진화의 산물로 봤다. 그는 타인과의 연대를 소중히 여긴 캣니스가 게임의 승자가 된 이유를 진화의 법칙으로 설명했을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