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美싱크탱크 동원한 日 '독도 도발'
일본이 독도에서 통일 기원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가수 이승철 씨의 입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온 국민이 일본의 치졸함에 혀를 차는 가운데 미국 수도 워싱턴에선 12일(현지시간) 일본의 ‘간접 도발’이 일어났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싱크탱크로 꼽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세미나에서다. 사회자인 마이클 그린 CSIS 일본석좌(Japan Chair)는 아시아의 해양 분쟁을 다룬 동영상 사이트(http://amti.csis.org)를 설명하면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과 함께 패널 토론을 했다.

그런데 이 사이트에선 독도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함께 ‘분쟁 지역’을 뜻하는 붉은 색으로 표시했다. 또 ‘일본과 한국이 분쟁 있는 섬을 놓고 공방을 벌인다’는 기사를 독도 사진과 함께 실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한국계 인사는 “독도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지도와 사진을 통해 교묘하게 독도가 분쟁 지역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사이트는 그린 일본석좌가 주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2005~2006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그는 대표적 지일파(知日派) 인물이다. 도쿄대에서 공부했고 일본 말도 능숙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독도를 국제법상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전략을 꾀하고 있는데 이 사이트도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브루킹스연구소가 마리화나 합법론자인 피터 루이스 프로그레시브보험사 회장으로부터 50만달러를 기부받은 후 마리화나 합법화를 옹호하는 세미나를 자주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크탱크에서 기부자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일본이 미국 싱크탱크에 기부하는 돈은 한국보다 최소 5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은 물론이고 기업 기부금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CSIS만 봐도 한국은 6개 기업이 기부하는 데 비해 일본 기업은 25개에 이른다고 한다. 싱크탱크를 앞세운 일본의 ‘간접 도발’을 막으려면 한국도 로비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