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농심과 오뚜기 등 국내 라면 제조업체 2곳을 대상으로 제기된 집단소송을 승인했다. 그러나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에 대해서는 신청을 기각,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했다.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지난 4일 농심과 오뚜기, 이들 업체의 미국 현지법인을 상대로 현지 대형 마켓 등이 신청한 집단소송을 승인했다.

▶본지 2013년 7월26일자 A1면 참조

사건을 맡은 윌리엄 오릭 판사는 판결문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7월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제조 4개 기업에 대한 가격담합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한 사실을 거론하며 집단소송 진행 의사를 밝혔다.

오릭 판사는 농심과 오뚜기에 대해서는 미국 판매 법인이 한국 본사의 직접적인 가격통제를 받는다는 점을 들어 집단소송 대상이라고 판시했다.

반면 삼양과 한국야쿠르트에 대해서는 원고 측이 구체적인 담합 증거를 소명하지 못했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미국의 대형 마켓인 플라자컴퍼니와 피코마트 등이다. 이들이 신청한 집단소송에는 캘리포니아 주내 식품점·마트 300여곳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LA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내 라면제조사들이 가격담합을 했느냐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가격담합을 했다는 전제로 집단소송을 개시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판결문에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지만 원고 측이 제기한 배상액 규모는 8억달러(약 87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공정위는 “담합 판단의 대상은 국내 판매 라면만이며 수출품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실제 법리 다툼에 들어가도 승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박준동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