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몽클레어 주립대학의 가을 교정.
美몽클레어 주립대학의 가을 교정.
미국 뉴저지주의 공립대학인 몽클레어주립대가 작년 말 보유한 기금은 5600만달러(약 616억원)다. 7년 전인 2006년 6월 말엔 3000만달러(약 330억원)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기금은 두 배나 불었다. 이 대학이 정부 지원금 삭감에도 까딱하지 않는 이유다.

○‘작은 부자대학’ 많다

미국 대학 중 기금 규모가 2500만달러 이하(작년 6월 말 기준)인 학교는 131개나 된다. 기금 액수는 많지 않지만 지난해 투자수익률은 11.7%에 달한다. 기금 덩치가 10억달러 이상인 82개 대학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이다. 투자수익에 힘입어 적은 쌈짓돈을 큰 기금으로 키우고 있는 대학도 많다. 예컨대 뉴저지주의 사립대학인 센테너리칼리지의 작년 말 기금 규모는 300만달러다. 전체 대학의 기금 규모 순위로 보면 800위권 밖에 있지만 전년에 비해서는 18%나 불어난 액수다.

대학 기금 67억달러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글로벌엔다우먼트매니지먼트의 스루스턴 모튼 대표는 “중소형 대학들은 예일대 등과 달리 기부금이 적어 투자수익으로 기금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 비법은 “투자풀에 가입해 다른 대학기금과 함께 큰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기금 25% 투자풀 가입

투자풀은 적은 기금을 큰 펀드로 바꾼다. 대학 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민간 회사들이 수조원의 돈을 모아 큰 펀드처럼 운용한다. 분산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마이클 스미스 전 플로리다주립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풀은 금융위기 이후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CIO를 비롯해 20명 안팎으로 팀을 만들면 연간 2000만달러의 비용이 든다”며 “중소 규모의 대학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부 투자전문가(OCIO) 회사에 돈을 맡기는 방식으로 투자풀에 가입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대형 대학 기금에서 CIO를 지냈던 인물들이 대학에 특화된 OCIO 회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대학 기금 위탁 시장은 1103억달러(약 121조원·작년 말)로 성장했다. 미 대학 기금 전체 규모가 4486억달러(약 490조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자금의 4분의 1가량을 OCIO 회사가 맡고 있는 셈이다.

○대체투자도 활발

실제 전미대학사무직연합(NACUBO)에 보고된 835개 대학 기금의 지난해 운용 수익률은 운용 자산 규모로 나눈 6개 그룹 간 편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평균 수익률에서만 대형 기금일수록 수익률이 좋게 나왔을 뿐, 10억달러 이상 그룹(8.3%)과 2500만달러 이하 그룹(6.3%) 간 차이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주로 어떤 자산에 투자했는지를 보여주는 자산 배분 현황에선 대형 기금과 소형 기금 간 선호 상품이 뚜렷이 갈렸다. 10억달러 이상 그룹은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자원, 에너지 등 대체자산 비중이 59%로 평균(53%)보다 높았다. 이에 비해 소형 기금들은 주로 미 국내 주식(43%)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었다. 전체 평균(1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대체자산 투자 비중도 11%에 달했다. 한완선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금에 적립금의 거의 전부를 넣어두는 한국 대학 현실과 가장 큰 차이”라고 지적했다.

샬럿=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