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세금·사회보험료·이자…의무지출비 큰 폭 늘며 소비자 지갑 닫아
교육·의류비부터 줄여
◆이자 부담 줄었는데도…
14일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비지출은 2307만원으로 2012년 2303만원보다 4만원(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가구당 소득 증가액 197만원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비(非)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구당 비소비지출은 2012년 828만원에서 지난해 844만원으로 16만원(1.9%) 증가했다. 세금이 193만원에서 206만원으로 늘었고,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가 259만원에서 274만원으로 올라 두 부문에서만 연간 28만원을 더 지출했다. 저금리 추세로 금융부채 이자비용이 192만원에서 183만원으로 줄어들지 않았더라면 지출 폭이 더 커질 뻔했다.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국민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소비지출 항목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 지출은 2012년 340만원에서 2013년 334만원으로 6만원(-1.6%) 줄었다. 의류비와 오락 문화 비용,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및 경조비 등을 포함하는 기타항목도 456만원에서 445만원으로 줄었다. 소비지출 항목 중에 경제 사정에 따라 조절이 쉬운 교육비나 의류비, 오락 문화비용 등을 줄였다는 얘기다.
반면 식료품비는 같은 기간 624만원에서 633만원으로 9만원(1.5%) 늘었다. 주거비는 전·월셋값 급등으로 큰 폭 상승이 예상됐지만 낮은 금리 때문에 이자비용이 줄면서 302만원에서 303만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10명 중 7명 “빚 부담스럽다”
가구 평균 부채는 지난해 5994만원으로 2012년 5858만원에서 1년 만에 136만원 늘어났다. 부채는 금융부채 68.3%(4095만원)와 임대보증금 31.7%(1900만원)로 구성되는데 금융부채가 1년 전(3974만원)보다 3.0%(121만원) 늘었다.
특히 주택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리는 금액이 가구 평균 3350만원으로 1년 새 144만원 증가했다. 금융업계는 주택담보대출 중 60%가 주택 구입 대신 기존 빚을 갚거나 생활비·사업자금 변통 등에 쓰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연령별 부채를 보면 30세 미만 가구주의 부채는 1401만원에서 1558만원으로 1년간 11.2% 늘어났다. 30대는 4890만원에서 5235만원으로 7.0% 뛰었다. 이는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30대와 30대 미만 청년층이 빚을 늘려 생활하고 있다는 의미다.
50대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791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682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부채는 전년보다 각각 0.6%포인트, 0.8%포인트 감소했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빚을 갚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가 71.8%(매우 부담 24.3%, 약간 부담 47.5%)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늘었다. 6.9%는 아예 ‘상환 불가능’이란 답변을 내놨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