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또 금호산업 사들인 호반건설, 알박기냐…인수전 포석이냐…
마켓인사이트 11월14일 오전 9시27분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6%대로 끌어올렸다. 호반건설 움직임은 금호산업 인수전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단순 투자 목적이든, 금호산업 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든 호반건설은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분 추가 매집 … 주가 급등

호반건설은 14일 금호산업 주식 33만3115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2일 금호산업 지분을 처음으로 취득했다고 공시한 지 이틀 만에 추가 매수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율은 5.16%에서 6.16%로 높아졌다. 호반건설은 채권단 등 주요 주주 지분을 제외한 금호산업 유통 물량 5분의 1 수준을 갖게 됐다.

호반건설의 주식 매입 소식은 금호산업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호산업 주가는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이날 연중 최고가인 1만9950원에 마감했다. 호반건설의 평균 매입단가는 주당 1만2390원. 이날 종가 기준으로 60% 수익률이다. 지분 매입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힌 호반건설은 실제 상당한 평가 차익을 얻고 있다.

◆투자목적 불분명…인수전 혼란

매각자인 채권단은 호반건설 지분 확대가 금호산업 매각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동종업계에 있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요 주주로 오른 것을 인수 후보들이 반길 리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일종의 ‘알박기’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인수 후보들이 꺼려 인수전 흥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호반건설에 지분 취득 의도를 공식 질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실제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점도 채권단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시가에 상당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에 향후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더라도 평균 단가가 다른 후보들보다 낮아 유리하다”며 “다른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맺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각 지분(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금호산업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주가가 오를수록 금호산업 지분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는 커지기 때문이다. 필요한 실탄은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이 박 회장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주 금호산업 지분(57.6%)을 매각할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국내외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낼 예정이다. 매각주관사가 정해지면 채권단은 매도자 실사를 거쳐 내년 1월 정식으로 매각공고를 내고 상반기 중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수정/정영효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