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號 '기술의 포스코'…車 본고장 독일에 강판 수출
포스코가 독일 폭스바겐 생산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한다. 포스코가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 내 자동차 생산 공장에 차 강판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독일 생산 공장에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을 쓰기 위한 테스트를 마쳤으며 연내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수출품은 외판용 강판과 패널 등이며 규모는 연간 5만~7만t 정도다. 포스코는 납품 계약을 맺기 전이라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차종과 생산 공장은 밝히지 않았다.

◆‘솔루션 마케팅’의 결실

폭스바겐은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 자동차 제조사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공급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부품 공급을 위한 테스트에 2~5년의 기간이 걸린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은 자동차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여서 기술력은 물론 물류와 납기일 준수 등을 엄격히 따지기 때문에 해외 철강사가 독일 현지에 공급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일본 철강사 중에서도 독일 현지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회사는 없다.

포스코는 멕시코와 인도, 중국 등 폭스바겐의 해외 생산기지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손창환 포스코 자동차소재마케팅 실장(상무)은 “멕시코와 중국 내 5개 생산 공장에도 포스코가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며 “균일한 품질, 납기일 준수 등 실적이 쌓이자 올해 폭스바겐 인도 공장도 거래처를 기존 아르셀로미탈에서 포스코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말했다.

권오준號 '기술의 포스코'…車 본고장 독일에 강판 수출
권오준 회장(사진) 취임 직후 포스코 철강사업본부 내 철강솔루션센터를 발족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손 상무는 “거래처가 기술적인 난제에 봉착하면 철강솔루션센터 150명의 마케팅, 연구인력이 나서 해결책을 찾아준다”고 말했다. 솔루션센터는 거래처에 제품과 함께 가공기술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 중국 공장에서 자동차 외판에 균열이 발생하자 포스코의 부장급 금형 전문가가 현지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준 바 있다.

◆신소재로 경쟁력 강화

포스코는 기존 강판 외에 다른 경량 소재를 개발, 자동차 업계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마그네슘 판재다. 마그네슘은 철강보다 60% 가볍지만 강성은 더 강한 신소재다. 지난달 초 열린 ‘2014 파리모터쇼’에 공개된 프랑스 르노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충전 가능한 배터리와 엔진으로 구동하는 친환경차) 콘셉트카 ‘이오랩(EOLAB)’ 지붕에 포스코가 개발한 마그네슘 외판재가 들어갔다. 마그네슘 외판재가 자동차에 실제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오랩의 자동차 루프 무게는 4.5㎏으로 기존 강철 소재(10㎏)의 절반 이하다. 포스코는 내년부터 르노 양산차에 마그네슘 판재를 공급할 예정이며 다른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솔루션 마케팅과 신소재 발굴이 성과를 내면서 포스코는 전체 철강재 판매량은 위축된 가운데 자동차 강판 판매량만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지난해 765만t에서 올해 816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손 상무는 “현재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등 포스코 강판을 쓰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공급처가 다양하다”며 “앞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강판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려 수익성을 높일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포스코 기술연구소 소장 출신인 권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자동차 강판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