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국영 에너지업체 페트로브라스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의 전직 고위 임원과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잇따라 체포되고 있다. 비리 의혹과 관련,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사진)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연임에 성공해 집권 2기 출범을 앞둔 호세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브라질 연방경찰이 전날 페트로브라스와 각종 거래 과정에서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가 드러난 기업인 20여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기업인들이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사업 등을 수주하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지난 3월부터 조사한 결과 최소 14개 기업이 수주 금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계약하고, 불법자금을 주요 정당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불법자금 규모는 100억헤알(약 4조2500억원)에 달하며 불법자금은 집권 노동자당과 브라질민주운동당, 진보당 등에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페트로브라스는 1953년 창사 이래 최대의 ‘비리 스캔들’에 휩싸이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페트로브라스는 올 3분기 실적 발표를 미뤘고, 주가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호세프 대통령과 노동자당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노동자당 등은 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 평론가들은 “어떤 정치인이 비리에 개입했는지가 분명하지 않은 만큼 호세프 대통령의 신임 내각 구성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