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폐지 후폭풍 …"감사선임 위해 주주 수만명 찾아다녀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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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50개社 감사선임 비상
섀도보팅 대안 못찾아
재무제표 승인 등 '막막'…84개社는 감사선임 앞당겨
"주총 못열면 상장폐지"
재계, 정부에 상법개정 요구…與의원 개정안 발의 추진
섀도보팅 대안 못찾아
재무제표 승인 등 '막막'…84개社는 감사선임 앞당겨
"주총 못열면 상장폐지"
재계, 정부에 상법개정 요구…與의원 개정안 발의 추진
대기업 계열 H사는 지난 5월 ‘섀도보팅 폐지 대응팀’을 꾸렸지만 아직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내년 3월 감사위원 3명 전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섀도보팅 폐지로 사실상 선임이 불가능해져서다. 오너와 계열사 등이 보유한 이 회사 지분율은 약 36%. ‘3% 룰’에 따라 감사 선임시 최대주주 측 지분은 3%만 인정된다. 나머지 64%를 보유한 주주로부터 ‘찬성표’ 22%를 추가로 끌어와야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가 없어 9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찬성 위임장을 받아야 할 판”이라며 “주총에 아무 관심 없는 소액주주들을 무슨 수로 주총장으로 끌어들이느냐”며 한숨지었다.
◆비상 걸린 재계
섀도보팅 폐지가 코앞에 닥치자 재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상장사들은 내년 주총 때 보통결의 요건(참석주주의 50% 이상 찬성+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을 맞추지 못하면 사외이사 선임은 물론 재무제표 승인도 못 받는다. 이렇게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
내년에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590개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감사 선임은 3% 룰도 적용받기 때문이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이 중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힘들어 섀도보팅을 이용해온 150개 상장사 가운데 감사선임 실패 사례가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전체 주주의 60~70%가량이 수시로 주식을 사고파는 소액주주여서 평소 관리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손 쓸 방법이 없어 관련 상법 규정이 바뀌거나 섀도보팅 폐지가 유예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액주주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지분을 대량 보유한 연기금 펀드 등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만 잘 챙겨도 의결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연내 임시 주총을 열어 새로 감사를 선임하는 ‘꼼수’도 잇따르고 있다. 섀도보팅을 적용해 올해 감사를 선임해놓으면 2~3년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 4월 이후 일성건설, 황금에스티 등 84개 기업이 이런 식으로 신규 감사를 선임했다.
◆주총 결의요건 완화되나
재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상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주총 보통결의 요건에서 ‘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특별결의는 33%) 조항을 빼고 ‘참석 주주의 50% 이상 찬성’(특별결의는 66%)만으로 완화해달라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3% 룰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재계 의견을 반영해 주총 결의요건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 규제를 풀어주더라도 일본처럼 의사정족수 규정 도입으로 보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 룰 폐지는 반대 여론이 변수다. ‘최대주주를 감시해야 할 감사를 최대주주가 마음대로 선임하게 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클 경우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산해 3% 룰을 적용하는 대신 특수관계인을 떼어내 각각 3% 룰을 적용하는 식으로 완화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주총시즌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상법 개정은 정부 입법에 비해 절차가 간단한 의원 입법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노 의원은 “주총 결의요건 완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며 “재계와 법무부 의견을 두루 수렴해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섀도보팅
shadow voting.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미참석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1% 지분을 보유한 주주 100명 중 10명만 주총에 참석해 찬성과 반대가 7 대 3으로 나올 경우 나머지 90명도 이 비율대로 표결한 것으로 계산한다. 기업들이 주총 정족수를 손쉽게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정부가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오상헌/임도원 기자 ohyeah@hankyung.com
◆비상 걸린 재계
섀도보팅 폐지가 코앞에 닥치자 재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상장사들은 내년 주총 때 보통결의 요건(참석주주의 50% 이상 찬성+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을 맞추지 못하면 사외이사 선임은 물론 재무제표 승인도 못 받는다. 이렇게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
내년에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590개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감사 선임은 3% 룰도 적용받기 때문이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이 중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힘들어 섀도보팅을 이용해온 150개 상장사 가운데 감사선임 실패 사례가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전체 주주의 60~70%가량이 수시로 주식을 사고파는 소액주주여서 평소 관리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손 쓸 방법이 없어 관련 상법 규정이 바뀌거나 섀도보팅 폐지가 유예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액주주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지분을 대량 보유한 연기금 펀드 등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만 잘 챙겨도 의결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연내 임시 주총을 열어 새로 감사를 선임하는 ‘꼼수’도 잇따르고 있다. 섀도보팅을 적용해 올해 감사를 선임해놓으면 2~3년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 4월 이후 일성건설, 황금에스티 등 84개 기업이 이런 식으로 신규 감사를 선임했다.
◆주총 결의요건 완화되나
재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상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주총 보통결의 요건에서 ‘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특별결의는 33%) 조항을 빼고 ‘참석 주주의 50% 이상 찬성’(특별결의는 66%)만으로 완화해달라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3% 룰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재계 의견을 반영해 주총 결의요건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 규제를 풀어주더라도 일본처럼 의사정족수 규정 도입으로 보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 룰 폐지는 반대 여론이 변수다. ‘최대주주를 감시해야 할 감사를 최대주주가 마음대로 선임하게 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클 경우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산해 3% 룰을 적용하는 대신 특수관계인을 떼어내 각각 3% 룰을 적용하는 식으로 완화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주총시즌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상법 개정은 정부 입법에 비해 절차가 간단한 의원 입법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노 의원은 “주총 결의요건 완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며 “재계와 법무부 의견을 두루 수렴해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섀도보팅
shadow voting.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미참석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1% 지분을 보유한 주주 100명 중 10명만 주총에 참석해 찬성과 반대가 7 대 3으로 나올 경우 나머지 90명도 이 비율대로 표결한 것으로 계산한다. 기업들이 주총 정족수를 손쉽게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정부가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오상헌/임도원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