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장관 "韓·中 FTA로 한국보다 6배 큰 또 다른 내수시장 얻었다"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 나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의 얼굴에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타결 이후 언론과의 첫 대면 인터뷰였다.

그는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 맞춰 졸속 타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타결해야 할 시점에 타결을 못하는 게 졸속 협상”이라며 “타결 시점이나 내용 모두 만족한다. 잘된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FTA의 의미는.

“한국은 이제 한국보다 여섯 배나 큰 중국 시장을 내수시장으로 갖게 됐다. 이게 가장 큰 의미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9조달러가량 된다. 한국과 합치면 총 10조달러의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 시장을 다 끌어안게 됐다는 얘기다. 또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역전환 효과다. 중국은 지금까지 일본이나 대만 등 우리 경쟁국에서 사던 물량의 상당분을 한국으로 돌릴 것이다. 수치로는 나오지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일본과 대만이 벌써 긴장하고 있다는 보고도 들어온다.”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만큼 자유화율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은 미국, EU 등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산업구조상 한국은 농산물, 중국은 공산품을 대거 민감품목으로 올려놔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 결과 품목 수 90%, 수입액의 85% 이상에 대해 관세를 철폐한다.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금액만 하더라도 양국 합쳐서 11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한국과 일본 또는 미국 간 교역 규모보다 큰 금액이므로 실질적으론 자유화 수준이 높다.”

▷아직 양허표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의 궁금증이 많다.

“양허표를 비롯한 협정문은 가서명 이후 공개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행이며 우리도 이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업계 궁금증이 크기 때문에 한·미 FTA보다 많은 품목별 양허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나 업종단체가 개별 품목에 대해 문의해오면 가능한 범위에서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연말께 가서명이 되면 바로 공개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보게 되나.

“가전 아웃도어 가방 화장품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모두 프리미엄 제품이 강한 쪽이다. 이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매년 수백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는데, 지금은 대개 가공품이다. 이런 구조는 바뀔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국은 중국 시장에 완제품을 팔아야 한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야 한다. 이미 삼성전자, 쿠쿠전자의 제품 등 요컨대 수많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중국에서 먹히고 있다. 한·중 FTA를 통해 다른 기업들에도 기회를 주자는 거다.”

▷중국의 제조업 역량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나중에 한국 기업이 오히려 내수시장을 내줄 위험은 없나.

“그럴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한·중 FTA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상존하는 것이다. 한국이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을 때 FTA를 타결하고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해 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기회를 만들어줄 뿐, 나머지는 기업 몫이다.”

▷양국이 민감산업을 너무 보호하다 보니 소비자 후생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은 체리, 호주는 소고기, 칠레는 와인 등이 있었는데….

“중국과의 FTA로 인한 한국의 관세 절감 효과는 관세양허의 이행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현재 기준으로 연간 54억달러가 넘는다. 결국은 그 돈이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한국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추가 협상이 가능한가.

“정말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고 아쉬움은 없다. 추가 협상이라기보다 발효가 된 뒤 ‘일반 리뷰’라는 제도가 있다. 대상은 제한이 없고 서로가 품목 등을 다시 조정하는 제도다. 양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협정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