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혁신…남들이 못 따라올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1. 현대차그룹은 지난 6일 ‘2020 연비향상 로드맵’을 내놨다.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비를 지금보다 25%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북미시장에서 현대차의 연비 과장 논란, 고연비를 앞세운 유럽 차의 국내시장 잠식에 맞서 연비 개선이란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고연비’는 이미 선진국 자동차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정부가 L당 15.4㎞인 연비 하한선을 2020년까지 18.8㎞로 높이도록 규제를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7개인 친환경차 모델도 이때까지 22개로 확대, 개발할 계획도 발표했다.

#2.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부터 스마트폰 기반의 세계 첫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을 미국시장에 대당 199달러에 출시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삼성 스마트폰 속 콘텐츠를 3차원 영상 및 360도 시야각으로 제공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다. 단순히 남을 따라 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삼성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제품이다. 회사 측은 “몰입감 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은 물론 항공기 운항 시뮬레이션, 헬스케어용 스캔, 쌍방향 교육 서비스 등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차별화 포인트’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혁신으로 남이 따라오기 힘든 ‘나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첨단 R&D로 승부

LG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전담할 첨단 융·복합 연구단지인 ‘LG 사이언스 파크’를 서울 마곡동에 짓고 있다. 2020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곳에는 LG전자, LG화학, LG생명과학 등 10개 계열사 2만5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하며 10년, 20년 뒤 세상을 바꿀 융·복합연구에 나서게 된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달 기공식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흥국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예전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 발상을 강조했다.

SK그룹은 경쟁력 향상 수단으로 ‘신개념 R&D’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먹히는 R&D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SK에너지가 2011년 개발한 ‘유수분리 기술’이 대표적이다.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이 기술 덕분에 SK에너지는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러시아산 고염분 원유를 도입해 운송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2007년 차세대 쇳물 제조 공법(파이넥스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독자적인 리튬 추출 기술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아르헨티나 북서부 소금호수에서 연간 200t가량의 리튬을 뽑아내는 게 목표다. 포스코 측은 “독자 개발한 공법을 적용하면 리튬 추출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M&A로 신성장 동력 찾기

한화는 태양광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 2012년 독일 큐셀(현 한화큐셀)을 잇따라 인수했다. 한화는 이를 통해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췄다. 태양광 원료부터 발전까지 한화 그룹 내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시장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를 흡수합병하고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를 출범시켰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신규 노선 늘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2년 베트남 다낭, 케냐 나이로비 등 7개 신규 노선을 뚫은데 이어 지난해 스리랑카, 몰디브 등에 새로 취항했다. 올 들어선 미국 휴스턴 주 7회 운항, 베트남 유명 관광지 나트랑 직항편 개설 등의 성과를 냈다. 현재 146대인 항공기 운항 대수를 2019년까지 18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의 금호타이어는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자가 봉합이 가능한 ‘실란트 타이어’를 내놨다. 타이어가 일부 찢겨도 공기 누출 없이 정상주행이 가능한 타이어다.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이 최근 임원 모임에서 “변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체질 개선을 강조하면서 에너지, 유통, 건설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