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경쟁을 가장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스포츠는 골프"
잭 웰치는 경영 분야에서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신문에 등장한 사람이었다. 그가 경영한 제네럴일렉트릭(GE)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회사다. 1960년 GE에 입사한 웰치는 경영을 맡은 20여년(1981~2001)간 매출을 다섯 배 끌어올렸고, 시가총액은 3000% 성장시켰다.

그런 웰치가 사랑하는 스포츠가 골프다. 어느 해 그는 배달된 골프잡지를 보고 화가 났다. 골프를 잘 치는 미국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자신이 2등으로 소개된 것이다. 2등 정도면 흐뭇했을 텐데? 아니다.
잭 웰치
잭 웰치
그는 매년 1등이었다. 1등에 오른 사람은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CEO 스콧 맥닐리였다. 그는 당장 전화를 걸었다. “왜 당신이 1등이냐? 한판 붙자!” 맥닐리는 흔쾌히 응했다.

바로 다음날부터 웰치는 매일 혼자 36홀을 돌았다. 2주 동안…. 생각해 보라. 천하의 GE 회장이 2주 동안 하루 4~5시간씩 골프만 쳤단다!

스콧 맥닐리
스콧 맥닐리
결전의 날, 둘은 2인 플레이로 36홀을 돌았다. 결과는 웰치의 승. 맥닐리는 나중에 ‘웰치컵’이란 트로피를 만들어 웰치에게 선물했다. 다른 설에 따르면 1위인 맥닐리가 2위인 웰치에게 시합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있다.

맥닐리는 하버드대 시절 골프팀 주장을 맡았던 선수 출신으로 핸디캡이 0~3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홉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골프 캐디를 한 웰치는 핸디캡이 7 정도 된다. 웰치는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그레그 노먼.
그레그 노먼.
노먼과 친해 자주 라운딩하는데, 자신이 이긴 적도 있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이 정도 되니 골프에 관한 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이다. 웰치는 “사람 사이의 경쟁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라고 평소 말했다.

고위 공직자들이 골프장 근처에 얼씬도 못하고, 할 수 없이 가더라도 가명으로 숨어 공을 쳐야 하는 우리 현실과 천하의 GE 회장이 2주일간 경영은 팽개친 채 골프에 몰입하는 그림이 묘하게 겹친다. 골프가 사치로 계속 두드려 맞는 한 골프산업은 발전하기 어렵다.

사실 요즘은 시작할 때 장비 구입비만 생각하면 골프가 오히려 싼 편이다. 100만원이면 풀세트를 마련할 수 있다. 서민운동이라는 자전거와 비교해 보라. 라운딩도 평일에 퍼블릭 코스로 나가면 그리 비싸지 않게 칠 수 있고, 스크린골프는 더 싸다. 골프에 묻은 ‘사치’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이 골프를 사랑해야 한다. 골프에서 경영을 배우고, 성공을 배우고, 인생을 배워야 한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